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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지 못한 시 한편 가슴을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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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을 알고 있습니다./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모두 돌아갈 곳으로 돌아간다는 걸/왜 모르겠어요./잠깐만요. 마지막 저/당재고개를 넘어가는 할머니/무덤가는 길만 한번 더 보구요.//이. 제. 됐. 습. 니. 다.’(미완유고시 ‘가을’)

시인은 가고, 미처 끝맺지 못한 시 한편이 남은 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지난해 9월3일 세상을 뜬 윤중호(1956∼2004)시인의 유고 시집 ‘고향길’(문학과지성사)이 고인의 1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뒤늦게 췌장암을 발견하고, 한달여의 짧은 투병끝에 그렇게 서둘러 가지 않았더라면 지난 연말 어머니 칠순잔치 상에 올랐을 시집이다. 이를 안타까워한 지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농민 현장문학을 선도했던 ‘삶의 문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관심은 늘 근대화와 산업화에 소외된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척박한 삶에 머물렀다.

이번 시집 역시 우리네 삶의 원형을 기억하려는 시인의 ‘귀향(歸鄕)본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어릴 때는 차라리, 집도 절도 피붙이도 없는 처량한 신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던 시인은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이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하나 둘 비탈에 묻힌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갈 길이 보인다’(‘영목에서’중)고 말한다. 때론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은 아닐까?’(‘고향, 옛집에서’중)라며 조바심내다가도 ‘우리 모두 돌아갈 길/그 길이 참 아득하다’(‘고향 길1’중)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시인에게 고향과 어머니는 태초에 생명을 주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며, 죽어서 심신이 묻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건 곧 시인이 시를 쓰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하다. 시집의 첫 장에 실린 시구절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외갓집이 있는 구 장터에서 오 리쯤 떨어진 九美집 행랑채에서 어린 아우와 접방살이를 하시던 엄니가, 아플 틈도 없이 한 달에 한 켤레씩 신발이 다 해지게 걸어다녔다는 그 막막한 행상길.’로 시작하는 이 시의 제목은 ‘詩’다.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강퍅한 삶을 깊은 성찰로 담아낸 시들도 도드라진다.‘일산시민모임에서 땅을 빌려 만들었다는 주말 텃밭/쇠비름만 자라는 다섯 평짜리 박토지만/이름은 어엿한 주말농장/글세 그런 걸 해도 괜찮을까?/무공해 채소가 어떠니, 흙을 밟는 마음이 어떠니/이런 막돼먹은 생각을 해도 괜찮을까?/…/터덜터덜 주말 농장에 가면/어쩔 수 없이 가슴이 설렌다.’(‘일산에서’중)

20일 오후 3시30분 영동 여성문화회관에서 시인의 1주기 추모문학제와 출판 기념회가 열린다.(02)335-274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8-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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