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주민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비결은 프로급 노래실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로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때·장소 안가리고 노래 선물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동작문화원. 업무차 이곳을 방문했던 그는 ‘건전가요 교실’에 들렀다가 수강생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올라갔다.“노래나 한곡 쫙∼뽑고 가라.”는 아줌마 수강생들의 등쌀에 “그럼 점심먹은 것 소화나 시킬 겸 한곡조 뽑겠다.”며 너스레를 떤 뒤 마이크를 잡았다.
세련된 무대매너로 ‘숨어우는 바람소리’라는 노래를 열창하자 객석에서는 ‘앵콜!’ 요청과 함께 ‘우중의 여인’을 신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중의 여인은 그의 18번. 수강생 상당수가 이미 그의 18번을 꿰고 있을 정도였고, 김 구청장도 앙코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뽑았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밤비를 헤치고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흐느끼는 여인아∼.”
그의 노래 솜씨는 역시 주민들의 앙코르가 쏟아질 정도로 프로급이었다. 그는 “주민들은 내 이름이 ‘우중’이라서 이 노래를 18번으로 했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저음가수인 오기택씨의 톤이 나와 맞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동작문화원은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장소.1998년 2대 민선구청장으로 취임한 직후 구에 문화원이 없다는 말을 듣고 ‘주민의 화합이 최우선’이라며 가장 먼저 문화원을 만들었다. 문화원은 주민들의 민원을 듣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 수시로 문화원에 들러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민원·불편사항을 듣는다.
●삶의 질 향상에 힘쏟는 복지·문화 구청장
그는 “과거에는 복지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건강과 문화, 환경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됐다.”면서 “넓은 의미에서 주민들이 즐겁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구청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자치단체 중에는 유일하게 육아 문제와 어린이 교육 문제 등을 담당하는 ‘어린이 복지팀’을 만들었다. 또 ‘CEO구청장의 보육정책과 비전-동작구 어린이집 개선사례’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문제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2000년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충남 안면도의 폐교를 헐값에 매입해 노인 휴양소를 만들었다. 지난해 1만 4000여명의 노인들이 휴양소를 찾았다. 이어 2002년에는 구립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을 건립해 저소득 장애인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 발전에도 혼신의 힘을 쏟는다. 오는 28일 서울지역 2차 뉴타운 사업지구 중 처음으로 노량진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작구는 2004년 서울시 인센티브 사업 평가에서 가장 청렴한 자치구로 선정됐다.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구를 만들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와 솔선수범으로 지난 8년 동안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무원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당연한 일로)내세울 일은 못 된다.”면서도 “직원들이 나의 의지를 믿고 따라줬을 뿐”이라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너무 청렴을 강조, 사적인 민원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다 보니 대외적으로 깐깐하게 비쳐져 대인관계가 다소 소원해지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래의 장점을 역설하면서 말을 맺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음악치료법’‘뮤직다이어트’ 등 노래가 웰빙 요법으로 사용된다.”면서 “노래를 하면 주민과 격의 없이 대할 수 있어 좋지만 무엇보다 정신·육체적인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그가 걸어온길
▲출생 1942년 충남 홍성 ▲학력 홍성고, 연세대, 중앙대 대학원 졸업 ▲약력 구미무역 대표이사,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 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청소년학회 이사장, 연세대 총동문회 이사, 동작구 재향군인회 회장,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저서 지방자치제도의 발전, 학부모와 청소년, 기업가 출신 구청장의 경영마인드,CEO구청장의 보육정책과 비전-동작구 어린이집 개선사례 등 ▲가족 아내 이은신씨와 1남 2녀 ▲기호음식 된장찌개 ▲주량 마시지 않음 ▲좌우명 선공후사(先公後私·사사로운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한다) ▲애창곡 우중의 여인, 숨어우는 바람소리
2006-3-7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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