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는 최근 부지 임대계약이 종료된 한강로3가 용산병원 자리에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려는 철도공사의 움직임에 맞서 이곳의 토지용도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용산병원은 1984년 당시 철도청이 소유한 국립서울병원(옛 철도병원) 부지 1만 885㎡와 시설물을 중앙대가 임대해 개원한 종합병원으로 지난해말 철도공사가 이곳에 대규모 상업·주거시설을 짓겠다고 재개발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용산구는 지역에 종합병원이 2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곳이 이전할 경우 의료서비스에 치명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철도공사의 개발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4일간 주민공람을 실시한 데 이어,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곳을 의료시설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도시관리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도 병원시설을 유지하는데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다음달초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용산구가 제출한 계획안을 심의한다.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교통 관련 부서로부터 의견을 청취 중”이라면서 “결정은 전적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주민의 반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장경도 새마을운동 용산지회장 등 주민대표단은 지난달 용산병원 존속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 주민 11만 9464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직 인수위와 건설교통부, 철도공사 등에 제출했다. 지난 4일엔 철도공사가 병원측에 토지와 건물을 인도해 달라며 명도소송을 낸 서울서부지법에도 탄원서를 냈다.
용산구 의회도 25일 부지개발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공공의료 서비스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면서 “주민들과 구 의회의 움직임에 모든 행정적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측도 이 부지가 101년 동안 병원으로 사용돼 왔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 기능이 강한 만큼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병원과 함께 용산구에 두 곳뿐인 종합병원인 용산병원은 하루 이용인원이 1500명에 이른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2-13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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