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분쟁으로 번진 재개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더니 급기야 육두문자와 함께 상대방 약점 들추기로 번졌다.“당신 옛날에 지분쪼개기 한 것 다 까발려 볼까?”“생사람 잡지 마, 이 ××야.”
몸싸움 직전까지 갔던 험악한 분위기는 동석한 주민자치위원들의 만류로 가까스로 진정됐다.
이날 모임은 현석2구역의 재개발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 마포구가 소집한 ‘4자 회의’. 분쟁 중인 양쪽 이해당사자와 구청 주택과 간부, 그리고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석했다. 분위기가 정돈되자 황중익 주택과장이 구청의 입장과 재개발 시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 주민자치위원회의 이한승 위원장과 오진숙 감사가 차례로 나섰다.
“점잖고 존경받는 어르신들께서 왜 이러십니까. 싸움 때문에 재개발이 지연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분들한테 돌아가지 않습니까.”
“평생 얼굴 안 마주치고 사실 것도 아닌데 이쯤에서 한 발짝씩 물러서시는 게 어떨까요.”
●주민자치위원들이 분쟁조정에 나서
자치위원들의 설득과 압박이 이어지자 세와 명분이 달린다고 느낀 ‘소수파’쪽에서 먼저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추진위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할 테니 임원 분배를 확실히 약속할 수 있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온 것이다. 제3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다수파’도 강경론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은 10일까지 소수파측이 추진위를 인정하는 동의서와 추진위원 명단을 제출한다는 데 합의했다. 회의를 시작한 지 1시간30분만이었다.
최두열 신수동장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이해당사자들도 지역 사정에 밝은 터줏대감들이 조정에 나서니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마포구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이 재개발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 것은 신수동이 세번째다. 앞서 지난 2월 용강동과 연남동의 재개발 분쟁도 주민자치위원들의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공공시설 입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용강동에서는 “복수(複數)의 안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에 올려 심의를 받자.”는 자치위원들의 제안을 주민들이 받아들여 1년 넘게 끌어온 분쟁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관변 조직’이란 오명에 시달려온 주민자치위원회가 마포구에서 새로운 자치모델을 열어가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현석 2구역 마포구 현석동(법정동) 108번지 일대로 면적은 3만 2000㎡이다.2004년 정비검토구역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 10월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사업방식과 재개발 추진위원회 구성을 두고 주민들이 5년째 편을 지어 싸우고 있다. 지난 1월 양측이 재개발 추진위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최근 주민총회를 앞두고 추진위원 자리배분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주민 일부가 법원에 총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2008-5-2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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