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뭐냐. 아침에 날 집에 가게 한 슬리퍼 같다.(중략) 구름은 뭐냐. 역시 구름은 있다 사라지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야.’(임성주)
‘성주는 이날 아침에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왔다가 다시 신발을 갈아신기 위해 집에 가야 했다. 이때 본 구름이 슬리퍼를 닮았다. 이 슬리퍼 같은 구름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투명인간 같은 존재라서 원망하지 못해 얄밉다.’(담임선생님)
●학교생활 단상 모아 꼬마신문 만들어
이 학교 6학년3반 30여명의 학생들이 최근 만든 ‘꼬마연필’이란 문집의 한 대목이다. 담임인 박효진(29) 선생님은 학생들이 써낸 시나 글에 이처럼 꼼꼼히 코멘트를 붙인다. 학교생활의 단상을 모아 주말에 발행되는 8절지 10쪽 분량의 ‘꼬마 신문’이나 다름없다.
22일 같은 반 교실. 학생들은 등굣길에 느낀 점, 생각 등을 글로 옮기느라 바쁘다. 이 반은 ‘아침 두 줄쓰기’부터 하루 수업을 시작한다. 1학기 때는 한 줄쓰기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엔 두 줄쓰기로 분량을 늘렸다.
초등학생이 안고 있는 고민과 기발한 생각들이 숨김없이 녹아 있다. 어른이 읽을 때는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어린이들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박 선생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생각을 살피고,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문집을 만들기로 맘먹었다.”고 말했다.
편집과 발행 등 모든 작업도 담임의 몫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까지 궂은 일을 도맡는다. 올 신학기부터 시작한 일이다.
●“이젠 글쓰기 겁나지 않아”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살아 있는 교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모(45·서구 화정동)씨는 “아이가 글쓰기를 하면 한두 줄 쓰고 말았으나 이제는 제법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안다.”고 말했다.
김모(38·여)씨는 “자녀에게 굳이 논술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며 “이런 학습 방식이 광주지역 전체 교육계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반 김모(13)군은 “처음엔 생각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차츰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글쓰기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2009-9-23 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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