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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 매력에 ‘흠뻑’ 장애는 잊고 행복을 쓴다

뇌병변장애 1급 오성학(25)씨가 발가락 사이에 붓을 쥐고 ‘푸른 자전거’를 써내려 나간다. 팔이 불편해도 발이 있어 다행이다. 이를 지켜보던 강병인(49)씨가 말문을 연다. “자전거가 굴러가는 느낌을 살려보는 거야. ‘전’의 ‘ㄴ’을 둥글게 굴리니 바퀴 느낌이 나지? 또 ‘ㅓ’를 더 길게 빼면 자전거 모양을 글씨에 담을 수 있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성산동 마포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된 ‘장애인을 위한 마포 캘리그래피 교실’의 모습이다.

캘리그래피는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한다. 이 수업을 이끈 사람은 바로 캘리그래퍼인 강씨. 지난해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개인전에서 ‘흥행 신화’를 이끌어 냈던, 캘리그래퍼계의 유명 인사다. 개인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 직접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캘리그래퍼인 강병인(앞줄 왼쪽)씨가 성산동 마포장애인복지관에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캘리그래퍼 강병인씨 1년여간 무료 지도

홍익대 부근에 연고를 둔 강씨는 미술과 서예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장애인을 선발해 캘리그래피의 이론과 실기를 무료로 가르쳤다.

매주 목요일, 3시간씩 교육을 하면서 6명의 장애인을 제자로 키워 냈다. 강씨는 17일 “장애를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예술을 즐기라고, 단점이 곧 장점이라고 줄곧 강조했다.”면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한 학생도 있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따라와 준 수강생들에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기회도 마련됐다.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구청 로비에서 열리는 전시회 ‘희망’에서다.

강병인 캘리그래피연구소가 주관한다. 일종의 ‘졸업 전시회’인 셈이다. 19일 개막 행사에서는 테이프 커팅과 함께 박홍섭 구청장의 격려사, 수료생들이 직접 손글씨를 시연하는 행사도 준비돼 있다.

●20일부터 구청 로비에서 전시

전시회를 앞둔 강양욱(39·지적장애 2급)씨는 “아직 실력이 못 미쳐 부끄럽다.”면서도 “처음엔 글씨를 쓸 때 구도가 맞지 않아 종이를 접은 선에 맞춰 썼지만 지금은 종이를 접지 않아도 돼 기쁘다. 선생님한테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칭찬도 종종 듣는다.”며 웃었다.

강씨는 올 한 해도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계속한 뒤 새해에는 지역 디자인 기업과 연계해 캘리그래피 사회적 기업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강씨는 “이들에겐 지금이 시작이다.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돕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1-05-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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