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포기 베풀고도 죄송하다는 나눔천사들
“우리 집 김장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렵게 지내는 독거노인들에게 한겨울 밑반찬이 된다니 한 포기라도 더 버무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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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왼쪽) 은평구청장이 6일 구청 광장에서 소년·소녀가정과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에게 전달할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은평구 제공 |
한눈에도 김치의 때깔은 아주 좋았다. 비결은 신선한 재료에 있었다. 자매결연을 한 강원 영월군의 고랭지 배추를 공급받았고, 고춧가루에서부터 각종 채소 등 김장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엄선했다. 김장을 담그는 구민 200여명은 위생도 철저하게 챙겼다. 모두 부녀회 마크를 새긴 앞치마를 둘렀다. 혹여나 김치에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들어갈까봐 일회용 위생 머리캡을 꼭꼭 눌러 썼다. 팔에는 토시와 고무장갑을 둘렀다. 입 주변에 마스크를 두른 봉사자도 숱했다.
23년째 구청과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김순례(56·신사2동) 새마을부녀회 은평구 회장은 “대부분 회원이 자기 집 김장은 담그지 않았어도 어제 아침 8시부터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우리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 매년 하지만 즐겁다. 김장 김치를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가면 너무 고마워하신다. 우는 분도 계신데 더 많은 분에게 나눠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회원 이은순(53·응암3동)씨도 “3년째 참여했는데 구청장님과 함께 만든 김치가 따뜻한 겨울나기를 뒷받침한다니 우리 집 김치보다 더 정성을 들여 만들게 된다”며 웃었다.
부녀회원들로부터 김치 담그기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한몸에 받은 김우영 구청장은 “매년 주민들을 위해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는 부녀회원들은 우리 지역의 천사 같은 존재”라면서 “김치를 나눠 드리러 다니다 보면 ‘한겨울 밑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이 많다. 제한된 예산 때문에 더 많은 분들께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2013-11-07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