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국 첫 젠트리피케이션 막기… 내년 6곳에 213억 투입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겠다며 내년에 2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영화 ‘국제시장’에 1000만 관객이 들면서 부산 국제시장이 관광지로 소문나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영화를 찍은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 임차인이 눈물을 흘렸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다.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시범 사업지로 선정한 6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종로구 서촌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금천교시장)에 23일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시가 제시한 6개 지역은 서울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성장한 까닭에 시가 내놓은 ‘당근’이 건물주들에게는 재산권 행사의 걸림돌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3억원의 예산 중 199억원이 6개 지역의 핵심적인 시설 마련에 투입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부지가 있다면 사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지만 땅을 사거나 건물을 매입해야 하는 곳에선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대 인근의 한 부동산은 “합정동에 2층짜리 카페(면적 530㎡)가 약 40억원”이라며 “100억원대 예산으로 거점 건물을 매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9억원이 투입되는 ‘장기안심상가’의 성공 여부는 건물주들의 호응에 달렸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제한적이지만 기존 상인들을 보호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원 대상 선정의 공익성도 해결해야 한다. 조 교수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어디까지를 서울시가 지킬지에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시가 열거한 지역에서는 이미 중산층 이상이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지원 대상이 되면 안 된다”며 “혜택을 받는 대상이 누군지 명확하게 분석하고, 선정되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부도 손 놓고 있는 임대료 상승의 부작용에 대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건물주·임차인·행정’이 머리를 맞대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다.
한승욱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정된 예산으로 공공성을 극대화하려면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지역에 투자하기보다 저개발 지역 중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정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 배후 지역 등에 건물 등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영국의 전통적인 중간계급을 가리키는 말인 젠트리(gentry)에서 유래했다.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에 있는 노후 주택 지역으로 이사를 와 지역을 고급화하고,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구도심의 번성으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