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 도매상 → 병원·약국 공급내역 실시간 보고 “의약품 유통 전과정 한눈에”
제약회사가 전문의약품을 어떤 도매상에 납품했고, 이 도매상은 어느 병원과 약국에 해당 의약품을 공급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 유통 관리제도가 도입된다. 내년 1월부터 제약사는 의약품을 납품할 때 어떤 의약품을 A도매상에 공급했고, 어떤 의약품은 B도매상에 공급했는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실시간으로 알려야 한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의약품 도매상도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병원과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할 때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보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궁극적으로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받은 의료기관이 어떤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도 보고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제도가 완비되면 보건당국은 심평원 시스템을 통해 의약품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윤병철(44)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26일 “총량적 관리에서 개별적 관리로 의약품 유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 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유통된 불량 의약품을 회수하려면 이 의약품을 누가, 언제, 어디에서 생산했고 누구에게 납품돼 현재 어디에 있는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회수가 늦어지면 불량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가 부작용 피해를 보게 됩니다. 지금은 제약사가 회수계획서를 제출하고서 유통망을 활용해 불량 의약품을 거둬들이면,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밟아 회수하고 있습니다. 제약사와 도매상이 의약품 유통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면 이런 절차가 더 신속하고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의약품 유통 과정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문의약품에는 주민등록번호처럼 최소 포장단위별로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일련번호 부착을 의무화했습니다. 일련번호에는 이 약을 누가, 언제, 어떤 공정으로 생산했으며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겼습니다. 자동차 번호를 입력하면 몇 번째 생산라인에서 몇 번째로 생산된 차라고 나오듯, 의약품의 일련번호 바코드를 찍으면 어느 공장의 어떤 통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어 문제가 생기면 같은 통에서 생산된 의약품만 즉각 유통을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약마다 일련번호가 없어 불량 의약품이 발견되면 유통된 같은 종류 의약품 전체를 덜어내야 했습니다.
내년 1월 제약사가 도매상 납품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내년 7월부터 도매상도 어느 병원과 약국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면 비로소 일련번호를 토대로 해당 전문의약품이 어느 도매상과 의료기관에 전달됐는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최종 목표는 어느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이 전달됐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심평원이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 목록을 관리하고 있지만, 해당 약품의 일련번호 정보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통의 마지막 단계가 소비자인데, 내년에 시행될 실시간 보고 제도는 도매상이 의료기관에 약을 공급하는 단계까지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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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12-2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