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콘텐츠 사업으로 뜨는 도봉구
‘쌍문동 2-2’는 서울 도봉구에서 가장 유명한 단독주택 주소지다. 만화 주인공 아기공룡 둘리가 얹혀 살던 고길동의 가상의 집 주소이기 때문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김수정 작가가 33세 때인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둘리를 연재하면서 배경을 자신이 살던 쌍문동으로 택했다”면서 “이렇게 시작된 도봉구와 둘리의 인연이 벌써 34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2015년 쌍문동에 둘리뮤지엄을 개관하며 ‘만화 도시’로 자리매김한 도봉구가 올해 다양한 만화 콘텐츠 사업을 통해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살림이 넉넉지 않은 만화인을 위한 임대주택 조성이다. 21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손잡고 오는 5월 입주를 목표로 ‘만화인마을’(임대주택) 1호점 조성을 위한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도시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이면서 무주택인 서울 거주 만화가 등 11가구를 뽑아 주변 시세의 3분의1 수준으로 임대해 줄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김 작가가 쌍문동에 살 때 이곳을 배경으로 둘리를 그린 것처럼 도봉구에 만화가들이 모여 살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아 임대주택 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웹툰의 인기로 일부 작가가 주목받지만 상당수의 만화가들은 매달 임대료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구는 오는 10월 만화인마을 2호점을 문 열고 만화인 10가구에 추가로 살 곳을 빌려줄 계획이다.
도봉구는 둘리뮤지엄 외에도 지난해 12월 4호선 쌍문역을 둘리테마역사로 꾸미고 지난달에는 쌍문교 인근 1㎞ 구간을 둘리테마거리로 조성하는 등 볼거리를 하나씩 늘려 가고 있다. 이 구청장은 “쌍문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영 이후 쌍문동의 이미지가 개선된 것에서 볼 수 있듯 문화가 가진 힘은 세다”면서 “전국에서 제일가는 만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사업을 꼼꼼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02-22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