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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사 주변 사직동·서촌의 맛

살면서 때때로 엄습해 오는 좌절과 분노, 우울과 불안이 우릴 공격할 때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열풍이 한창인 이때 뜨끈한 국물이라도 들이켜야 속이 풀리지 않을까. 음식의 섭생에 관해서는 어릴 적 환경이 지배적이겠지만 본격적인 음식의 맛을 알게 된 때는 아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주체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는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하다. 일에 쫓기다 보면 화려함보다 한가함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사직공원 주변 맛집들은 지리상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고 봐야 한다. 낮 동안의 치열했던 궁리를 던져버리고 풀어 헤쳐진 머릿결로 편하게 고개를 내밀 수 있는 맛집이 있다.

목포세발낙지 ‘연포탕’


목포세발낙지 ‘연포탕’

# 술잔 부르는 목포세발낙지 ‘연포탕’ 완전 새로운 맛

어둑한 저녁 무렵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사직동 주민센터 옆길에 자그마한 3층 건물이 있다. 곰삭은 간판에 고개를 숙여 출입문을 들이밀면 조도가 낮은 불빛에 비릿한 남녘의 갯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주인장의 말끝은 시골 아낙처럼 뭉툭하다. 투박한 교자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춧가루와 시큼한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려 버무린 푸성귀와 아삭한 오이겉절이, 양념장을 두른 연한 두부가 밑반찬의 전부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찾는 메뉴가 있다. 3명 정도가 앉아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먹을 수 있는 연포탕인데 4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흔히 먹었던 연포탕과는 모습이 완연히 다르다. 살짝 데친 부추로 감싼 큼직한 접시에는 살이 탱탱한 낙지가 굵직굵직 썰어져 있다. 몸에 좋은 부추와 낙지를 초장에 찍어 한 입 넣으면 지금껏 먹었던 낙지와는 너무 다르다. 낙지는 뭐니 뭐니 해도 신선도다. 이 집 낙지는 전남 고흥에 사는 바깥주인의 친형님이 직접 잡아서 그날 새벽 택배로 보낸다고 한다. 주인장의 낙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낙지를 다 먹고 나면 바지락이 들어 있는 매생이국수가 추가로 나온다. 이 또한 별미다. 남녘의 바다향이 가득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촌을 걸다 보면 광화문의 불빛이 어지럽다. 혼돈과 질서가 교차한 삶의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서촌전통순대국집 ‘순대국밥’

# 뜨끈하게 후룩… 서촌전통순대국집의 ‘순대국밥’

서촌은 예스러움과 잘 어울린다. 그것이 한옥이든 양옥이든 족발이든 피자든 간에 묘하게 어울리는 곳이다. 세종음식문화거리를 쭉 따라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기와집이 보인다. 벽을 트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했지만 그래도 한옥에서 풍겨나오는 맛이란 콘크리트 건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집은 주로 점심시간 무렵 직장인들로 붐빈다. 저렴한 가격에 뚝배기에 가득 담긴 순대국밥을 보면 최영미 시인이 생각난다. 혼자서 국밥집에 앉아 후르르 마시는 그 민망함과 쓸쓸함, 그리고 오롯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삶의 고통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기에 순대국밥이 주는 묘한 기분을 알 것 같아 이곳에 자주 온다.

순대국밥은 맛이 집집이 다르고 사람마다 즐기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이 집 순대국밥은 너무 진하지 않아서 좋다. 국물을 우려낸 비법이야 주인장의 영업 노하우라 알 수 없지만 잡냄새 없이 개운한 국물에 피순대 몇 개와 얇게 썬 돼지부속들이 섞여 있어 한 끼 식사로 만족이다.

위성개 여가부 권익기반과 사무관

취향에 따라 송송 썬 대파나 들깻가루를 넣기도 하고 다대기를 넣어 얼큰하게 먹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순대국밥만 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뼈해장국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의 주메뉴인 순대국밥을 자주 찾는 것은 뜨끈한 국물을 후르르 마시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성개 명예기자(여가부 권익기반과 사무관)

2018-03-26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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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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