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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행정] 세종의 부민고소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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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고소 금지법’ 만든 세종
주민권리 침해인 줄 알면서도
소신행정 도와 국가 안정 도모

1420년(세종 2년)에 만들어진 ‘부민고소금지법’은 모반이나 역모를 제외하고는 지역 주민이 관찰사나 수령을 고소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기고 고소한 자는 장 100대, 노역형 3년이라는 중형에 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애민군주’ 세종이 이런 법을 시행했다는 것에 많은 연구자들이 충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이 법은 그저 엄포용이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법을 그렇게 쓰면 법의 권위와 준법문화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고민하던 이가 세종이었다.



그러면 세종은 왜 주민의 권리를 이토록 무시하는 법을 만들었을까. 세종도 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세종이 추구하는 최대 목표는 지역 수령을 성공적인 군현의 경영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15세기 조선의 시대적 과제는 요즘 말로 ‘작은 정부론’이 아니라 ‘큰 정부’였다. 국가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기능을 국가가 흡수하는 것이다. 부민고소금지법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풀고자 나왔다.

조선은 수령에 대한 감찰과 견제가 상당했다. 수령은 사소한 일로도 파면되곤 했는데, 수령 임기 6년은 고사하고 3년을 채우는 이도 많지 않았다. 수령이 어떤 행정을 하든 임지 내부의 지역과 마을, 토호세력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항상 갈등과 불만이 튀어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마저 수령의 잘못이나 실수를 고발하면 수령은 향리와 주민에게 휘둘리며 소신행정을 펼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향리의 배후에 권력자가 있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었다. 수령이 임지에서 무언가 개혁을 시도할 때 늘 걸림돌이 되는 세력은 토호가 아니라 권세가였다.

수령이 권세가와 결탁해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부민고소금지법은 적폐 고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이 법은 수령을 보호하거나 타락시키는 양면을 모두 갖고 있었다. 판단은 ‘장기적으로 어느 쪽이 국가에 이익인가’를 따져보고 내릴 수밖에 없다. 세종은 국가건설기 조선이 추진하는 모든 제도개혁이 성공하고 자리를 잡으려면 수령의 임기와 통치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군현 제도와 경영법을 매뉴얼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주민 고소가 없더라도 관찰사와 어사를 이용한 지속적인 감찰과 과거제를 통한 관리의 자질향상, 엄격한 고과제도 등을 통해 수령의 부정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막을 수 있었다고 믿었다. 게다가 조선은 농본사회였다. 사회구성이 비교적 단조로웠고 이해관계도 덜 복잡했다. 현상에 대한 예측성, 유사성이 상당히 높았다. 주민 고발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군현 경영이 뭔가 문제가 생기면 쉽게 드러날 것으로 판단했다.

임용한 대표(KJ&M인문경영연구원)

16세기부터 수령의 자질이 하락하고 부정부패가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부민고소금지법은 계속 유지됐다. 이를 관리의 타락과 악질 제도가 결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 정부는 생각처럼 무도하고 백성의 고통과 불만, 저항을 무시하는 국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예민해서 작은 스트라이크만 발생해도 해당 수령은 영원히 관계에서 추방되곤 했다. 수령제가 전반적으로 타락해도 부민고소금지법이 유지됐다는 것은 이 법이 소신껏 일하는 일부 수령을 지켜주는 순기능이 있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세종이 성군이라는 명성을 얻고 조선이 500년이라는 유례없는 장기 왕조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시대상황에 맞는 최선의 역할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한 모험적 시도 덕분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임용한 대표(KJ&M인문경영연구원)

2018-04-30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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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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