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비판에 공식 행보 나선 윤석열
일정 공개하며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조국 자서전·與 부동산 의혹 등 겨냥한 듯
野잠룡들 尹 입당으로 지지율 반등 노려
행사장선 “대통령” “구속” 구호 뒤섞여
“자제해 주세요”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사퇴 이후 공개 일정을 자제해 왔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당시 부친과 함께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선 것이 전부다. 이후 각계 전문가를 만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회동도 했지만 모두 비공개 만남 후 일부 언론에만 알리는 식이었다. 그러자 야권에서도 “검찰이 입맛대로 수사 정보를 흘리듯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일정은 윤 전 총장 측이 먼저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윤 전 총장의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기자들에게 “한번 와도 되겠느냐고 물어 와서 마침 개관식이 있으니 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현충원 참배, 천안함 생존자 면담 등 안보·보훈 행보를 이어 가며 보수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 왔다.
이날 우당 선생의 생애와 연관 지어 강조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실상 정치권을 겨냥해 사전에 준비한 메시지로 보인다.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례’라는 비판을 받아 온 조국 전 장관의 자서전 출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비리 의혹 등으로 정치권이 뜨거운 시점에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지난해 10월 정경심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지키지 않은 사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함구한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대선 관련 입장 발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행보를 두고 유력 당권주자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은 입장을 공개하기가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식 출전’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이날 공개 행보까지 개시한 만큼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잠룡들은 모두 윤 전 총장 입당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병철·이근아 기자 bckang@seoul.co.kr
2021-06-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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