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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몇 번씩 폭언·폭행·성희롱… 민원 담당자 “공황 상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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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민원인 위법행위 4만 6079건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했더니 ‘너는 날마다 하느냐’는 식으로 욕먹는 건 일상다반사죠. 놀랍지도 않습니다.”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웃었더니 ‘왜 웃느냐’고 화를 냅니다. 신중하게 대답하려고 했더니 ‘왜 대꾸가 없냐’며 항의를 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부터 세금이나 과태료 납부 안내는 물론이고 소소한 쓰레기 처리까지 민원 응대는 공공기관의 핵심 업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적잖은 민원담당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인들이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화·방문 민원에서 발생하는 폭언과 욕설, 협박, 폭행, 심지어 성희롱 등 위법행위가 2018년 3만 4484건, 2019년 3만 8054건, 2020년 4만 607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그러다 큰일 난다’로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민원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많은 민원담당자들이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한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최미주(가명)씨는 악성 민원인의 난동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수차례 목격했다. 최씨는 “소란이 있으면 속이 안 좋고 공황 상태가 되는 듯하다”며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민원인에게는 치약 같은 홍보물품을 열심히 주면서 달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의가 쏟아지지만 상담원은 담당자가 아니라 한정적인 상담만 가능하다”며 “이를 두고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언어폭력을 일삼는 민원인도 있다”고 했다.

폭력에 노출되는 건 ‘코로나19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 간호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최호정씨는 “코로나19 이후 간호사에 대한 언어폭력은 일상이 됐다”며 “얼마 전 동료 간호사는 80대 환자의 혈압을 재다가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다음날 다시 출근해 평소처럼 일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간호사들을 위한 심리상담제도가 있지만 매일 야근을 하는 데다 근무시간에는 이용할 수 없으니 쓸모가 없다”면서 “주변에 상담받는 이유를 얘기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건강까지 나빠졌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명심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안양센터 총괄팀장은 “민원인의 욕설이나 성희롱적 발언으로 상담원이 감정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민원 담당 김형선(가명) 주무관은 “부서랑 연결이 안 됐다는 것만으로도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전화가 연거푸 오는데 같은 민원인 전화를 세 번씩 연달아 받다 보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고 호소했다. 공공기관에서 5년 이상 민원 응대 업무를 한 유진아(가명) 주무관은 “악성 민원 전화를 받고 나면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한동안 멍하게 된다”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화장실에서 한참을 앉아 있곤 한다”고 말했다.

민원인 스트레스보다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해 주지 않는 소속 기관에 불만을 느낀다는 사례도 많았다. 중앙 부처 퇴직 공무원인 김모씨는 “국장으로 일할 때 다짜고짜 내게 욕을 하는 민원인을 여럿 봤다”며 “적절한 보호가 없으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더 끌려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영진(가명) 과장은 몇 해 전 추석 직후 민원 게시판에 “시민이 물어보는데 어떻게 의자에 앉아서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항의 글이 올라왔던 것을 잊을 수 없다. 그가 더 상처를 받은 건 “앞으로는 서서 대답하라”는 상부 지시였다. 한 관계자는 “지침으로는 악성 민원인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한다는데 현장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최근 콜센터 등에서 도입한 대기안내 멘트와 전화녹음, 민원 응대용 공용 휴대전화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곽소영 기자  soy@seoul.co.kr
황인주 기자 inkpad@seoul.co.kr
2021-09-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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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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