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저층주거지 정비 모델로 주목
재개발 바람 타고 너도나도 신청 분위기
합정 등 도시재생 이뤄지는 곳도 들썩
건축 바꿔 골목 살린 주민들 반대 움직임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A씨는 최근 동네에 합정2구역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하고 있다. 2017년에 이 지역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그는 2억원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주변에 당인리화력발전소과 한강 변이 있는 이 지역은 A씨처럼 다가구 소유자들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자연스럽게 골목이 바뀌고 있다. 실제 이 동네에는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수상작인 ‘소슴당인’을 비롯해 특색 있는 건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명 외국 건축잡지에 실릴 정도로 예쁜 건물들이 늘면서 골목도 살아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들이 많이 찾는 독립서점 ‘오키로북스’ 등 ‘힙’한 가게가 점차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민들이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해 골목을 바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들어선 문화공간 오키로의 모습. 최근 이 지역에는 ‘합정2구역’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 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사실 모아타운 사업은 죄가 없다. 모아타운은 대규모로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개발하는 정비사업이다. 모아주택이 노후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 필지 소유주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한다면 모아타운은 10만㎡ 이내 규모로 여러 개의 모아주택을 한데 묶어 다양한 기반 시설과 함께 아파트 단지처럼 조성한다. 사업성 때문에 재개발이 어려웠던 저층 노후주거지에서 인기 있는 이유다.
주민들이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해 골목을 바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들어선 건물 ‘소슴당인’의 모습. 이 건물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수상작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이 지역에는 ‘합정2구역’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 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건축사진가 신경섭씨 제공 |
한 개발사 관계자는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곳이 저층주거지다보니 재개발보다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올린 주민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렇게 건축물에 투자한 주민들 입장에선 자기들 돈을 들여 동네를 바꿨는데 토지 지분이 적은 주민이나 지분 쪼개기로 숫자를 늘린 이들이 사업을 좌우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이미 강남구 역삼동 등에선 주민들이 모아타운 반대 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10년 전 뉴타운 열풍이 불 때 지분쪼개기를 한 지역들도 이번에 모아타운이나 신속통합기획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외부에서 들어온 투자자들은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으로 어떻게 든 재개발을 하려는 분위기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다가구나 상가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골목에 투자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해 골목을 바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모아타운을 받내하는 주민들이 붙은 작은 플래카드 모습. 최근 이 지역에는 ‘합정2구역’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 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
글·사진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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