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에서 강·절도 수사통으로 알려진 강력1반 홍갑표(56) 반장.그는 범인을 잡기 위한 가장 첫번째 수칙으로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 미련한 진돗개가 되는 것”을 꼽는다.
홍 반장은 지난 2002년 경찰청의 중요수사 사례로 선정된 아파트 전문털이 사건을 떠올렸다.당시 강동구 암사동과 둔촌동 일대에서 금품 11억원어치를 털어온 일당 7명을 잡게 된 단서는 백화점 주차장의 폐쇄회로(CC)TV였다.범인들이 훔친 신용카드를 백화점에서 사용한 것을 확인한 홍 반장은 점원을 상대로 몽타주를 작성,주차장 CCTV에 찍힌 출입객 3000여명의 얼굴과 일일이 대조해 인상착의가 비슷한 인물을 찾아낸 뒤 부산에서 범인들을 덮쳤다.홍 반장은 “3000여명의 얼굴을 모두 확인할 때는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뿐이었지만 결국 그것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면서 “범인을 잡으려면 미련스러울 정도의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반장은 범인 검거와 함께 그 과정에서 수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홍 반장이 주로 쓰는 수사기법은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구성원들에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토의를 통해 적절한 수사기법을 찾는 것이다.
증거가 없어 수사에 애를 먹다 지난 5월 천신만고 끝에 해결한 택시회사 강도사건도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실마리가 됐다.범인이 금고에서 훔쳐간 수표를 사용하기 전 수표분실 신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 자동응답시스템(ARS)에 전화한 것을 추적,인천과 수원의 발신지 3곳을 찾아내고도,모두 공중전화라 손쓸 도리가 없었다.그러다 회의 중 “혹시 전화건 뒤 동전이 남았다면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왔고 통화내역을 추적한 결과 추측대로 내연녀에게 전화한 것을 확인,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
지난 1973년 경찰에 입문해 총리공관 경호원,김포공항 탑승보안관 등을 거쳐 12년 전부터 형사과에서 근무,정년퇴임을 한해 앞둔 홍 반장은 “내 밑에서 후배들이 특진해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라면서 “후배들이 물고 절대 놓지 않는 ‘진돗개 수사정신’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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