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는 더 이상 통화기기가 아니다.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한다. 그뿐인가. 휴대전화로 TV와 동영상도 본다.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대체 저 사람이 왜 그렇게 바쁜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추적해보면 알 수 있다. 영화 ‘폰부스’의 감독 조엘 슈마허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길거리 통화장면을 보여준다. 길거리는 공적인 장소다. 그러나 그 공적인 장소에 휴대전화가 개입되면 공적인 장소로서의 의미가 상실된다.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은 공적인 장소를 걸어가면서도 여전히 사적인 개인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사적인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휴대전화를 든 개인은 언제든지 추적당할 수 있으며 그의 통화 내역은 언제든지 노출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방송연예 관련 잡지 편집장인 주인공 스튜는 이 사실을 명민하게 눈치채고 있다. 그는 은밀하게 사귀는 여배우와 폰부스에서 공중전화로 통화한다. 사적인 통신수단인 휴대전화보다 공적인 통신수단인 공중전화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영리한 판단이 그로 하여금 공중전화를 들게 한 것이다. 최첨단 통신기기의 시대에 구시대 통신수단인 공중전화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 잘 보호해준다는 웃지 못할 역설을 영화는 말해준다.
그러나 자신의 은밀한 연인과 통화를 마치고 폰부스를 걸어나오는 스튜에게 공중전화로 전화가 걸려온다. 여기에서부터 악몽은 시작된다. 전화를 끊으면, 쏴 죽인다는 킬러의 협박, 스튜의 사생활을 훤히 꿰뚫고 있는 킬러는 폰부스에서 나오라며 시비 거는 사람을 쏘아 죽인다. 살인자로 몰리는 스튜, 그리고 대중에게 공개되는 그의 사생활. 영화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첨단 문명의 시대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어떤 위험 속에 놓여있는지를 ‘폰부스’는 말한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혹독한 대가를 영화의 주인공 스튜는 고스란히 치러내는 셈이다. 과연 그것이 남의 일일까. 조엘 슈마허 감독, 콜린 파렐, 포레스트 휘태커, 키퍼 서덜랜드 출연,2002년작.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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