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에 가득한 사랑
21일 오후 옛 화양동사무소 건물의 20평 남짓한 푸드마켓. 점포 진열대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 3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품이 진열대 구석까지 빼곡히 채워져 있고, 노인들이 천천히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여느 대형 슈퍼마켓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푸드마켓은 뜻있는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을 기증받아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회원으로 등록된 기초생활수급자가 무료로 갖고 가도록 한 상점이다. 기증자에게는 품질이 괜찮은 재고품을 의미있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고, 불우한 이웃은 필요한 물건을 거저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진열대에는 라면, 통조림, 된장·고추장, 만두, 참기름, 식용유 등 웬만한 가공식품은 다 진열된 듯하다. 쌀(20㎏), 돼지등뼈, 미역, 계란, 밀가루 등 농·축·수산물도 보이고 화장지, 세제, 비누 등 생활용품도 있다.
지난 12일 개점 첫날에 35명이 찾는 등 10일 동안 180여명이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를 체험했다. 많이 들고 간 품목은 라면, 돼지등뼈, 계란 등이다.
●기초수급자 528가구 혜택
서울에는 자치구가 운영하는 푸드마켓이 모두 9곳(광진구 포함)이 있다. 기증한 물건이 많아야 사업이 잘 진행되는데, 광진구의 남다른 기업활동 지원정책이 푸드마켓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올해도 26개 경제정책을 쏟아내며 기업중심의 구정을 펴고 있다.
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푸드마켓(499-1377)으로 연락하면 상품운송 차량이 달려간다. 점포 운영, 냉동탑차, 냉장진열대, 전산처리 등은 구청에서 맡았다.
구는 전체 기초수급자 2744가구 가운데 528가구를 우선 선정해 회원 카드를 발부했다. 회원은 가격에 상관없이 5개 품목을 고를 수 있다. 올해 안에 회원수를 두배로 늘리고, 선택의 폭도 넓힐 방침이다.
이날 푸드마켓을 찾은 배이순(76) 할머니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등에는 라면 4개(1품목으로 간주) 등을 담은 배낭을 메고 문을 나섰다. 그는 “늙고 너무 힘들어 죽고만 싶었는데, 이렇게 고마운 일을 겪으니까 힘이 솟는다.”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7-3-22 0:0:0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