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뺀 순대국밥 머리고기·내장 ‘가득’
이열치열(以熱治熱) 때문일까. 요즘처럼 후텁지근한 날씨에 펄펄 끓인 순대국밥이 의외로 궁합이 맞는 듯하다. 여기에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까지 곁들여지니 젓가락이 쉴 틈이 없다.임용혁 중구의회 의장이 추천한 을지로3가 ‘동원집’은 21년 ‘손 맛’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임 의장은 “처음엔 동원집 김상균 사장과의 병원·봉사 활동 인연으로 찾았지만 차츰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에 반해 입맛을 잃을 때면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순대국밥과 감자국밥. 술 안주로는 돼지머리 고기와 홍어회, 삼합 등이 상에 오른다.
순대국밥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봐온 그런 순대국밥이 아니다. 순대국밥에 ‘순대’가 없다. 대신 두툼한 돼지머리 고기와 내장이 가득하다. 얼큰한 감자국밥은 한여름에도 인기가 있어 많이 찾는다. 안주인 윤순영씨는 “처음부터 순대를 넣지 않고 고기를 듬뿍 넣었다.”면서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돼지 등뼈와 머리고기, 내장을 마장동에서 날것으로 가져온다. 핏물을 빼고, 육수를 내고, 삶는 것 등을 안주인 윤씨가 직접 한다. 삶아진 머리고기와 내장을 미리 사놓아 육수와 양념을 넣고 내놓는 일반 순대국밥과 차원이 다르다. 국밥의 맛을 한층 끌어 올리는 김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겉절이, 묵은 배추김치, 깍두기 등이 따라 나온다.
머리고기를 싸먹는 홍어 삼합도 아주 별미다. 너무 삭히지 않아 이를 자주 접하지 않는 도시인의 입에 맞는다. 홍어는 광주 송정리에서 가져온다.
인심도 후하다. 고기든 김치든 뭐든지 넉넉하게 준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까닭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7-8-17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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