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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만들기] 홀로 세 딸 키우는 김은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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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이웃에 빌린 주택, 수급자 선정에 걸림돌로…

현관 입구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낡은 신발들, 누렇게 빛바랜 벽지, 밥상 위의 먹다 남은 식빵 부스러기,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이불더미까지….

10일 오후 택시 운전을 마치고 귀가한 김은석씨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빨래한 옷가지를 건조대에 널고 있다


엄마 손길이 닿지 않은 집안은 지저분하고 엉망이었다. 10일 저녁 중랑구 망우3동 9평(29㎡) 남짓한 낡은 다세대주택 2층. 가장 김은석(46·가명)씨가 홀로 어린 세 딸을 키우는 보금자리다. 아내 없이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는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안 한 동네이웃이 지난해 9월 무료로 이 집을 빌려줬다.

그의 아내는 2004년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집을 나갔다. 김씨는 야속한 아내를 탓했지만 너무 먹고살기 힘들어 가출했을 것이라 여기며 나중엔 되레 미안해했다. 당시 3세인 막내와 5세, 7세인 세 딸을 데리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7세인 막내가 울다 지쳐 엄마도 찾지 않는다. 하지만 김씨는 “훌쩍 커버린 막내가 신호등에서 엄마 손을 붙잡고 가는 아이를 보느라 신호를 놓쳐 건너지 못하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회사택시 운전기사로 일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12시간을 근무한다. 하루 사납금은 8만 9000원. 지난해 말부터 부쩍 손님이 부쩍 줄어 하루벌이가 사납금을 채우기에도 버겁다. 한 달을 일하고 버는 돈은 고작 80여만원.

그는 “개인택시라도 몰면 돈벌이가 나으련만, 16년 무사고인데도 개인면허를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늦은 밤까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방과 후 구립어린이집에 간다. 한부모가정 지원을 받아 보육료는 무료지만, 현장학습비 등으로 아이마다 5만~6만원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살림이 늘 빠듯하다. 5년 동안 남자 혼자 집안일을 맡다 보니 집안이 엉망이다. 다행히 초등학교 5학년인 맏딸이 아빠가 없는 동안 두 동생을 돌보고 찬물에 손을 담그고 설거지나 청소를 한다.

그는 “아직 12세인 큰 애가 대견하게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심성이 고운데다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부회장까지 하는 똑똑한 애라 부모만 잘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 아이들은 결식아동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무료식권으로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망우3동 주민센터는 김씨 가족을 차상위계층으로 선정하고 의료비, 급식비, 보육료 등을 지원한다. 더 도움을 주고 싶지만 법적인 제한이 가로막고 있다. 연락은 안 되지만 아내가 아직 생존해 있고, 무료임대로 거주하는 주택이 소득으로 간주돼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걸림돌이 된다.

또 실제로 김씨 월급은 80만원 남짓이지만, 수급자 선정 때 택시기사 월급을 유사직종 월평균 소득인 120만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윤희 망우3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더 크면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데 걱정이다. 주변 이웃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우3동 주민생활지원팀 220 9-8011~4.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09-2-12 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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