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된 회현2시민아파트… ‘남산 랜드마크’로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꼭 설치… 울주 관광·경제

평균 27.9년… 부처별 최대 13년 11개월차 행복도시건설청 17년 4개월로 가장 빨라 세종시 평균 17.6년… 전남은 28.3년 걸려

‘일해공원’ 명칭 변경이냐, 존치냐… 공론화 속도

공사 관계자들 “한밤 파쇄석 500t 운반” 스카이칠십이 “금시초문, 말도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 “사실 확인 땐 법적 조치”

클럽에 ‘물뽕’ 자가검사 스티커… 서울시, 유흥시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Weekend inside] 나는 청도 소싸움 설욕 벼르는 ‘거미’랍니다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나의 멋진 뿔치기에 베팅 한번 해보세요”

저는 청도 소싸움경기장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황소 ‘거미’입니다. 다리 8개를 가진 곤충 거미가 아니라 포유류인 싸움소죠.


청도 소싸움 경기에 출전한 황소(왼쪽)와 화우(和牛)가 뿔을 부딪치며 힘을 겨루고 있다. 지난달 3일 상설경기장이 처음 개장하면서 청도 소싸움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저의 신상을 소개하면 나이는 여섯 살로 비록 어리지만 794㎏의 육중한 몸무게와 훈련으로 다져진 근육질을 자랑합니다. 소싸움 경기장에 등록된 300여 동료 소 가운데 근성과 기량이 돋보인다는 칭찬도 받지요. 지난해 대구와 경남 함안에서 열린 전국민속대회 소싸움 경기에서 16강에 오른 화려한 관록과 함께 실력이 급신장하기 때문이랍니다. 저의 주특기는 날카로운 뿔로 상대 선수를 일격에 제압하는 뿔치기입니다. 하지만 지난 9월 3일 소싸움장 개장 이래 저의 통산 전적은 2전2무로, 솔직히 신통치 않습니다. 개장 첫날과 다음 날에 뿔치기와 들치기가 주무기인 ‘망치’(4살·752㎏), ‘한돌이’(7살·800㎏)와 각각 혈투를 벌였으나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했죠.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합니다.


소싸움경기장에서 뿔치기로 이름을 날리고 잇는 ‘거미’.

저는 15, 16일 경기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습니다. 지난 1개월여 동안 맹훈련을 통해 뿔치기 기술을 더욱 다듬고 체력도 보강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제가 이번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할지, 아니면 승패를 가릴지에 관심이 큰 걸로 압니다. 저를 믿고 많은 베팅을 해 주시면 꼭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저희 싸움소 선수들은 매주 토·일요일 하루 10차례씩 경기를 갖습니다. 경기 30일 전에 선발된 녀석이 추첨 등을 통해 정해진 맞수와 30분 이내 한판 대결을 벌이는 방식이죠. 경기에는 전국민속대회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쳐요. 선수들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 때면 관중석이 들썩들썩하지요. 승패는 지름 31m의 원형 모래밭 경기장 안에서 가려진답니다. 경기장 밖으로 먼저 물러나는 녀석이 결국 지게 되죠. 물론 경기는 체급별(갑종: 801㎏~무제한, 을종: 701~800㎏, 병종: 600~700㎏)로 나뉘죠.

관객들은 경마의 마권(馬卷)처럼, 우권(牛卷)을 구입한 뒤 경기를 즐기기 때문에 그냥 볼 때보다 훨씬 더 재밌다고 해요. 이른바 갬블(도박) 경기이지요. 매 경기 걸 수 있는 베팅 금액은 100~10만원이고, 배당률은 경기별 우권 발매 현황에 따라 다르죠. 지난 9일까지 열린 120경기에 4만 1500여명의 관객이 찾아 총 5억 7400여만원을 베팅했더군요.

저희들의 경기는 사람이 경기에 참여하는 경마·경륜·경정과 달리 싸움소 간에 이뤄져 인위적인 승부 조작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베팅하는 ‘팁’을 살짝 알려 드릴게요. 싸움소의 나이와 몸무게도 고려해야 하지만 전적이 중요합니다. 승률이 높을수록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그러나 승패는 이변과 의외성 때문에 쉽게 가늠하거나 장담할 수 없어요. 결국 선수들의 승패에는 꾸준한 훈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거의 모두가 매일 타이어 끌기, 산악구보 등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뿔치기, 밀치기, 목치기, 머리치기 등의 기술을 연마하죠.

매끼 볏짚, 콩, 보리, 건초 등을 섞은 영양식을 먹고, 산에서 나는 인동초와 칡, 소태나무 등도 즐겨요. 자연에서 구한 보약이어서 선수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몸값이 1억~2억원을 호가하기에 개소주 등도 먹지요.

우리라고 해서 따로 무슨 혈통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르면 생후 7개월, 늦으면 생후 24개월의 우공(牛公) 가운데 선수로 키울 만한 녀석이 정해져요. 대승할 선수는 어릴 때부터 다른 녀석과 다르다나요. 눈이 작고 눈두덩이 두꺼우며 목이 긴 녀석이 ‘간택’됩니다. 요즘은 녀석들을 고기소로 일찍 출하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거세당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어요.

우리 선수들은 항상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여러분과 가장 가까운 녀석이 우리라며 가족같이 따뜻하게 대해 주니 말입니다. 우리가 예전처럼 농사를 짓고 우리 몸값으로 자녀들을 시집·장가 보내 드릴 수는 없지만, 좋은 경기로 보답해 드릴 테니 계속 사랑해 주세요.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11-10-15 12면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블로그

츮  ڶŸ Ÿ&

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