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정보와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서부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오히려 지능화하는 만큼 재산 신고의 영역을 더욱 넓히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특히 따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이유로 부모 또는 자식의 재산 공개를 합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재산 공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3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 1844명 중 26.6%인 490명이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이 중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 부·처·청 등 중앙행정기관장 51명, 광역시·도지사 16명, 광역시·도교육감 16명,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9명 등 94명의 재산 공개 내역을 확인한 결과 일반 고위 공직자보다 훨씬 높은 42.6%(40명)가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2008년 3656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던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34)씨는 지난해 대출 등을 통해 11억 2000만원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과 주택을 구입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다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독립 생계’라는 이유로 4년째 재산 신고를 거부했다.
김 총리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장남(35)을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산 고지 거부’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총리실은 “김 총리의 장남은 재산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며 이는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검증돼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존·비속의 1000만원 미만 재산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규정에 따라 신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이 밖에 18억여원을 신고한 최금락 홍보수석의 부모를 비롯해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의 장남, 안광찬 국가위기관리실장의 차남 등 청와대 수석급 공직자들의 존·비속도 재산이 공개되지 않았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정부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재산을 공개하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사회적 책무가 크기 때문인데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계 존·비속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가 존속보다는 비속 중심으로 이뤄지고,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숨길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록삼·박성국기자
youngtan@seoul.co.kr
2012-03-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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