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육상 남자 400m, 1,600m 계주 대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4일(현지 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400m 예선에서 45초44를 기록하고 조 2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미리 내걸었던 1차 목표를 달성한 피스토리우스는 레이스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에 휩싸여 인간 한계를 깬 소감을 차분히 밝혔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한 피스토리우스는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레이스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그는 “이 자리에 섰다는 경험만으로도 내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감격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선수와 기량을 겨루려고 6년을 준비했고, 400m 기준기록을 통과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며 쉽지 않던 지난 과정을 담담히 돌아봤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타팅블록에서 웃음을 짓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레이스를 마친 뒤 결승선 쪽에서 남아공 국기를 든 친구와 가족을 발견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런던까지 온 외할머니에게 말로 표현 못 할 감사함을 나타냈다.
피스토리우스는 10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부터 외할머니에게 크게 의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머니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이었고, 오늘은 외할머니가 국기를 들고 이곳을 지키고 계신다”며 “든든한 가족의 지원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피스토리우스는 일반 선수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2008년 패럴림픽 때보다 13㎏를 감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철 다리가 레이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IAAF의 견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피스토리우스의 보철 다리와 경기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마침내 IAAF가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국제 대회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피스토리우스는 인간 승리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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