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57개 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해 보니
“최근 확충된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유럽안정메커니즘(ESM) 등 지역안전망과 IMF 간 관계 및 협력 방안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였음”(2012년 10월 14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중 일부).“자유자재로 휘면서도 투명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메모리 구현을 위해 매우 우수한 반도체 특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판상공액분자가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됨에 따라(…)”(2012년 10월 16일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중 일부).
크게 한 번 심호흡 하고 읽어야 하거나, 다 읽고 나서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표현들의 나열이다. 행정기관이 내놓는 보도자료에서 흔히 보이곤 하는 문제점들이다. 표현의 정확성, 소통성 측면에서 기재부가 행정기관 중 최악인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정부정책연구관리시스템(www.prism.go.kr)에 따르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를 받아 국립국어원이 시행한 ‘2012년 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에서 중앙행정기관 41곳과 광역자치단체 16곳 등 57개 행정기관의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기재부가 표기의 정확성, 표현의 정확성, 소통성, 용이성 측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700점 만점에서 560.998점을 받아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671.999점을 얻어 가장 높았다.
국립국어원은 심사 기준으로 ▲한글 맞춤법, 표기법 준수 ▲외래어 표기법 ▲의미에 맞는 문장과 어휘 사용 ▲쉽고 친숙한 용어 사용 등을 삼았고,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기재부는 두 차례 진단에서 모두 꼴찌였다. 최종 순위를 보면 문화재청, 농촌진흥청, 중앙선관위 등이 문체부의 뒤를 이어 우수했다. 반면 점수가 낮은 기관들은 기재부 다음으로는 외교통상부(594.000점), 지식경제부(586.997점), 금융위원회(590.999점) 등이 하위 그룹을 이뤘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행정기관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 부정확한 어휘,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 설명 없는 전문적인 용어 등이 남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어려운 용어 사용은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행정기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진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각 행정기관의 보도자료는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으로 중요한 법령과 제도의 변화 등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면서 “거기에 쓰이는 공공언어가 어렵거나 친숙하지 않다면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정보를 취득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3-04-29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