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대통령 비서실 정보공개 현황 청구해봤더니
‘선제적 정보공개’ 등을 천명하고 개방, 공유,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는 새 정부의 ‘정부3.0’에 대한 기대가 높다. 초반 운영 현황 및 지금까지 청와대와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에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 청구된 건수 및 처리 현황에 대한 목록’을 요청했다. 지난달 22일에서야 응답이 왔다. 달랑 6건이 담긴 ‘정보공개 처리대장’을 보냈다. 의지만 있다면 30분이면 처리될 일이다. 정보공개법 상 공개 기한은 열흘(공휴일 제외)이다. ‘정부3.0’ 깃발을 치켜든 청와대가 간단한 사안조차 질질 끌면서 법 기한을 아슬아슬하게 지킨 셈이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시절의 관련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에 있다며 22일 이첩했다. 8시간 이내에 다른 기관으로 이첩하도록 한 민원사무처리법을 어겼다.박근혜정부가 안팎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3.0’의 현실은 참담하다. 민관협업, 공유, 소통을 얘기하기에 앞서 기존의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조차 법적 기한의 경계선 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는 탓이다. 특히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 자료를 보면 담당 행정관은 ‘정○○’으로만 표기됐고, 적혀 있는 연락 전화번호는 자동응답(ARS) 전화번호였다. 용건을 남긴 뒤 대통령 비서실에서 다시 전화해주는 방식이다. 용건과 연락처를 남겼지만 며칠이 흘러도 감감 무소식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다른 세상 얘기였다.
지난달 22일 정보공개청구 사항을 이첩받은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은 한 차례 정보공개 처리 기한 연장 통지를 한 뒤인 지난 13일 오후 늦게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만 21일이 걸렸다. 공공기록물관리의 총괄 기관이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정보공개법의 처리 기한을 꽉꽉 채웠다. 이 탓에 애초 정보공개청구를 한 날로부터 꼬박 한 달 이상 걸려서야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받은 자료도 공개 또는 비공개 처리 현황에 대한 내용이 없어 정보로서 사실상 가치가 없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방대한 자료를 민간에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거버넌스 구축의 환경과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3.0’이 원하는 것”이라면서 “구호만 공허히 외칠 뿐 현실은 여전히 기존의 관행에만 머물러 있어 ‘마이너스 정부3.0’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