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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 25시] 새벽 4시부터 일과…명품 횡성한우·특급 참깨 多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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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호 강원 횡성군수 동행 르포

자치단체장들의 하루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새벽 등산에서 밤늦은 상갓집 문상으로 하루를 마칠 때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쓴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수시로 현장을 찾는다. 마을 구석구석을 손금 보듯 한다. 군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들이 형님·동생에, 어머니·아버지다. 애경사를 내 일처럼 챙기니 그렇다. 중앙부처와 국회도 문턱이 닳도록 다니고, 인연을 맺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내 식구처럼 챙긴다. 예산 확보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기업체 방문에도 공을 들인다. 투자 유치에 혈안이다. 관광객 유치도 큰일이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 자치단체장의 24시간을 함께 돌아본다.



“부지런한 군수님 때문에 군민들이 잠을 잘 수 없다.” 새벽에 만난 주민은 이런 농담을 던지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인구 4만 6000여명의 살림을 책임지는 한규호(64) 강원 횡성군수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지난 8월 28일 기자와 함께할 때도 그랬다. 아침 운동부터 식사까지 주민들과 함께 한다. 집에서 군청까지 5분 거리이기도 하고 가까운 곳을 다닐 때는 관용차 대신 가급적 걷는데 주민들의 손을 잡고 한마디라도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어서다. 모두가 가족이고 친척 같다.

공식 일정은 실·과장들의 아침 일일보고다. 한 군수의 관심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횡성한우축제다. 그는 “횡성한우축제 기간 기업홍보관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축제 기간 지역 상품을 알려 실속 있는 축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행사 때 횡성청소년교향악단의 도움을 받을 것도 당부했다. 시시콜콜 챙기며 행사 준비에 철저한 모습이다. 하지만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는 영락없는 시골 이웃집 형님 같다.

이어지는 결재 시간, 집무실 앞 비서실이 붐빈다. 실장, 과장, 팀장들이 줄줄이 대기하다 결재를 받는다. 역시 횡성한우축제 추진 관련 결재가 주요 이슈다. 30분의 짧은 시간에 크고 작은 15건의 사안을 결재했다. 한 군수는 “가장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라면서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옷을 챙겨 입고 외출할 준비를 한다. 군수 참석을 요구하는 외부 행사가 시작된다. 안보정세보고회, 노인대학 개강식, 이장 가족 화합 행사, 소통 공감 릴레이 행사, 점심까지 지역 곳곳을 누빈다. 자리를 빛내고 주민들과 소통한다. 선출직 단체장이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일정이기도 하다. 한 군수의 빡빡한 일정을 수행하려면 체력 단련이 필요하다는 진현옥 홍보담당은 “단체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른다.

이날 외부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횡성 농민들에게 희소식이 될 참깨수확기기 실증시험이었다. 횡성읍 정암2리 참깨 재배 농가에서 펼쳐진 행사에는 횡성농업기술센터와 재배 농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완규 횡성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벼농사 위주에서 벗어나 수확이 많이 나는 품종인 참깨를 심고 기계화해 지역 고소득 작목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깨 재배 농민 이송윤(72)씨는 “논을 메워 콩을 심다가 올해 처음 참깨를 심었다”고 말했다. 한 군수는 “재배에 손이 많이 가지만 수익이 많은 참깨를 지역 특산물로 가꾸고 지역 서원농협과 수매계약까지 맺어 안정된 판로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올해 횡성 지역의 참깨 재배 면적은 117㏊에 이른다. 한 군수는 직접 기계를 몰며 시연을 펼쳤다. 전문 육묘장, 참기름 공장까지 세워 지역 대표상품인 안흥찐빵, 횡성더덕에 이어 새로운 지역 특산품으로 만들 작정이다.

횡성한우축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자 직접 한우 농가를 찾았다. 340마리의 횡성한우를 사육하는 조곡리 한보축산에서 기르는 한우를 살폈다. 밖은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지만 개방형 축사 실내는 26~27도로 시원하다.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려 지붕을 식혀 주고 대형 선풍기가 돌며 쾌적한 환경을 만든 덕분이다. 한상보(52) 농장주는 “출하를 앞둔 소들은 한 마리당 1000만원 안팎으로 국내 일반 소들보다 15~20% 더 비싸게 팔려 나간다”면서 “군청에 횡성한우 전문 부서까지 둬 품질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덕”이라고 말했다.

횡성군은 2009년 자체적으로 ‘횡성한우 보호육성에 관한 기본조례’를 만들어 가짜 횡성한우를 원천 봉쇄했다. 2010년에는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고기 이력제에 품질인증제까지 더해 완벽하게 유통 투명성을 확보했다. 횡성한우 전문 사이트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횡성한우는 1500여 농가에서 4만 7000여 마리가 사육된다. 국내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4년 대통령상(2005·2007·2008·2013년), 3년 국가 명품인증(2009·2010·2014년)을 받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한우다. 한 군수는 “제2도약을 위해 생산, 가공, 유통, 관광 등 횡성한우 6차산업지구 조성에도 나선다”고 강조했다.

공근농공단지 내 기업체도 찾았다. 지역에 입주한 190여개 기업체 가운데 가장 모범인 ㈜서울에프엔비를 방문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감사 방문이다. 횡성 지역에서 나는 우유를 모아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금 일부로 지역 게이트볼대회를 열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군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횡성전통시장 상인들도 만났다. 시장에서 좌판을 연 시골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아프던 다리는 이제 좋아지셨느냐”, “몸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는 잘 계시느냐”, “손자 결혼식은 잘 치르셨느냐”며 일일이 안부를 묻는다. 새 가게를 여는 황광열 횡성전통시장 조합장은 “내일 개업식에 꼭 오라”며 군수 옷깃을 잡아끈다. 한 군수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주민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글 사진 횡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5-09-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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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