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적응 실패·승진 탓 분석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또 바뀌었습니다. 지난 1월 주형환 장관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벌써 네 번째입니다. 다른 부처와 견줘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정부부처 대변인은 업무 적응과 정책 홍보의 연속성 때문에 1년 정도는 보직을 유지하는 게 보통입니다. 예컨대 정무경 기획재정부 대변인과 민연태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의 경우 모두 1년 이상씩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산업부에서는 왜 이렇게 ‘단명(短命) 대변인’이 속출하는 걸까요.
산업부 안팎에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첫째, 대변인들이 주 장관과 코드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입니다. 주 장관이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고 정책 홍보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홍보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장관 중 한 명으로 손꼽힙니다. 그렇다 보니 언론 보도에 대단히 많은 신경을 쓰는데요, 그동안의 대변인들이 장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주 장관의 과도한 눈높이에 대한 지적도 맞물려 나옵니다. 대변인의 능력과 장관의 기대치가 엇갈리다 보니 잦은 교체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한 산업부 직원은 23일 “장관 행사에 기자들의 참석률이 저조하면 대변인에게 이유를 직접 물어볼 정도로 홍보의 세세한 부분까지 장관이 챙긴다”고 전했습니다.
둘째, 고참급 국장인 대변인들을 갑자기 공석이 된 1급 자리로 승진시키다 보니 빚어진 오해라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앞선 대변인 3명 중 성윤모(53·행시 32회) 대변인은 지난 3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으로 승진했고 이상진(54·행시 32회) 대변인도 최근 무역위원회 상임위원(1급)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대변인 전임자인 김성진(53·행시 33회) 대변인만 지난 6월 개인적 사유로 공직 생활을 접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변인이 자주 바뀌는 것은 조직 전체로 봤을 때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대변인 업무가 일반 행정과는 결이 다른 영역인 데다 언론과의 네트워킹 등 적응에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신임 대변인 최남호(47·행시 38회) 국장은 ‘장수(長壽) 대변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6-1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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