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男 정모씨 ‘지독한 생활고’ 통합사례관리사 만나 인생 재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내가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니 믿기지 않네요. 다 우리 동대문구 직원과 지역 주민의 덕분입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정모(52)씨의 삶은 17년 전 아내가 8개월 된 아들을 두고 가출하면서 엉망으로 변했다. 혼자 아들을 키우기가 어려웠던 정씨는 시설에 아이를 보냈다가 8년 만에 다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이후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정씨는 지독한 생활고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2011년 동대문구의 통합 사례관리사를 만나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고시원을 전전하던 정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사례관리사는 곧바로 정씨와 그의 아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문2동 주민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시민모임 등 지역 사회 곳곳에서도 정씨 가족을 돕겠다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생필품 지원과 반찬 전달은 물론이고 정씨를 위해 알코올 중독 회복프로그램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하지만 정씨가 가장 절실하게 원한 것은 고시원 생활을 탈출해 아들과 오순도순 살아갈 번듯한 집이었다. 가까스로 노원구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당첨됐지만 이마저도 계약금과 임대보증금이 없어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6-12-06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