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바람이 말려진 그물마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의 그림자만
어부의 손끝을 따라 엮어져 있다
강어귀에 전설이 닿았던 나무들도
그 속을 비워내다 쓰러져 가면
강은 터전으로 일군 사람들 차지다
강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으므로
익숙한 안개의 군무를 지나
물고기의 이동을 따라 갈 것이다
달빛은 칡꽃향기를 따라 번져갔다
말질을 하던 사람들이 그물을 거둔다
비린 생선들이 살을 허물어 익어갔고
굴뚝연기는 별을 향해 내뿜었다
강에 흩어져 있던 소문을 물어
수다스러운 새들이 돌아오는 동안
늙은 잉어들은 강을 뒤집으며
거친 숨으로 안개를 끌고 갈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 강에 기억을 내리고
강이 터전을 거둬가기까지
강은 언제나 고요하다 이상재 괴산경찰서 경위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7-07-10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