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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은 등골 빼먹는 재미가
쏠쏠해
것인데
먹고 나서 구멍 숭숭한 뼈를 보면
내가 빼먹은 등골에 바람이 들어
밤마다 바람 소리로 앓으시던
어머니
굽은 등이 생각난다
일가의 기둥이라는 든든한
배경 앞에
나의 잘못은 묵인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뼛속부터 가벼워진 어머니
어머니는 따뜻한 밥이었고
먹고 싶을 때 빼먹을 수 있는
등골이었기에
등이 시린 건 나이 탓이라
일축했다
몸꽃인 양 번지던 주름
골 깊은 그 길 마디마디에
바람이 살고 있었다는 건
몸을 벗은 일생을 습골, 봉인하며 알았다
마주하고 앉아 저마다의 뼈를
발기는 사람들
좀처럼 숙인 머리를 들지 않는
중앙시장 끼고 돌아 허름한
감자탕 집
빈 뚝배기에
세상의 어머니가 중추적으로
쌓이고 있다 김일하 (영주소방서 소방장)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7-09-18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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