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 아닌 불길 확산시킨 듯
관리인이 창고로 사용하며 관리경찰 “방화 등 모든 가능성 수사”
지난 17일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페인트·시너 통 등 인화물질 보관 용기가 다수 발견됐다. 이들 인화물질 용기는 석란정을 창고로 써왔던 관리인이 지난해 갖다 놓은 것으로 화재 원인 규명에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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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없는 곳에서 편히… 18일 강원 강릉시 60년 된 목조 정자인 석란정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불을 진압하다 희생된 소방관 2명에게 애도를 표하는 조화가 현장에 놓여 있다. 강릉 연합뉴스 |
강릉경찰서는 18일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원도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감식 활동을 펼쳤다.
1956년 지은 목조 기와 정자인 석란정은 30년 전부터 최근까지 인근에 사는 관리인이 창고로 사용하면서 건물 관리를 해 왔다. 석란정 화재 현장 내부에서는 타고 남은 페인트·시너통 등 철제 인화성 물질 보관 용기가 4∼6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인화물질이 화재의 원인이라기보다 발화점에서 시작된 불길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특히 일부 인화물질 용기 가운데 내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것도 있어 화재 전 누군가가 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석란정 관리인 A(78)씨는 “지난해 다른 건물 보수작업을 하고 남은 페인트와 시너 통을 보관했었다”며 “평소에는 창고를 자물쇠로 잠가 놓아 외부에서 들어갈 수 없지만 공사장 쪽을 통해 석란정 건물 마루까지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거한 인화물질 보관 용기 등을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하고 공사장 주변 인근 도로의 폐쇄회로(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 분석할 방침이다. 경찰은 “방화 또는 실화, 자연 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으로 열린다. 고인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두 소방관은 지난 17일 새벽 강릉 석란정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정자가 무너져 내리며 건물 잔해에 깔려 순직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7-09-19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