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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떻게든 해봐야지… 우리집 옷 드릴게, 우선 그거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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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고도 서로 보듬는 이재민들

잿더미 된 집 앞서 망연자실한 이웃 위로
타지서 급히 온 가족·자원봉사자들 수고
“퇴직금 털어 짓는 농사 다 타버려” 눈물
통신사 직원들 전봇대 통신망 밤샘 복구
전국서 성금 100억 등 구호품 온정 밀물
다 타버렸는데도 못 챙겨줘 속타는 모정
엄청난 화마에 삶터를 모조리 잃고 맨몸으로 겨우 불길을 빠져나왔지만 보행기를 탄 팔순 노모에겐 중년의 자식 걱정이 앞섰다. 7일 오전 강원 강릉 옥계면 천남리에서 주민 유여선(오른쪽·87)씨가 아들에게 “멀리서 왔는데 줄 게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텃밭에서 기르던 파를 뽑아 챙겨주고 있다. 노모는 지난 4일 산불 때 잠결에 화재를 알았지만 몸이 불편해 멀리 가지 못하고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때마침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찾던 택시 한 대를 만나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강릉 연합뉴스

“우리 집에서 옷을 좀 가져다 드릴게요. 우선 그거라도 입어요.”

지난 4일부터 강원 인제·고성·속초·강릉·동해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릉 옥계면에 사는 허금석(64)·정계월(59)씨 부부의 터전을 훑고 지나갔다. 부부는 잿더미가 된 집을 망연자실 바라만 봤다. 경운기, 용접기, 이앙기, 볍씨발아기가 까맣게 그을린 채 엎어져 있었다.

피해가 그나마 적은 옆 동네 주민 윤상기(64)씨가 부부를 위로하러 왔다. 윤씨는 “다시 어떻게든 해봐야지. 무슨 수가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화마가 삼켜버린 동네에 잿더미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강원 지역 일대에는 7일 하루종일 외부 차량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과 자원봉사자, 공무원들은 불안에 떠는 이재민을 끌어안았다. 장천마을 주민 박춘랑(85)씨의 큰아들도 차를 몰고 달려와 불안에 떠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박씨는 “겁이 나 집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다가 아들과 함께 불에 탄 집을 둘러봤다”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친 불길은 풀 한 포기조차 남기지 않았다. 장천마을은 이번 화재로 건물 50여채가 전소됐다.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주민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 마을 주민 엄기찬(64)씨는 “퇴직하고 40년 만에 고향에 와서 살려고 퇴직금을 전부 털어 고사리 농사(450평)를 짓고 있었는데, 다 타버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마을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엄기만(80)씨의 집 앞마당에 있는 쌀 저장고에는 새까맣게 탄 나락만 남아있었다.

자원봉사자와 이재민
7일 강원 고성군의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비상 대피소에서 한 봉사자가 담요를 옮기고 있다. 옆으로 애완견을 마치 아이처럼 업은 이재민의 모습이 눈에 띈다.
고성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생계가 막막해진 이재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이웃의 격려와 지원 때문이다. 메케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현장에는 소방대원들과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이젠 ‘복구’를 목표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육군 23사단 조성민(21) 일병은 “제가 낯선 강원도에서 주민을 돕듯 제 고향에서 만일 화재가 났다면 그쪽의 군인과 주민들이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가야지 어쩌겠느냐”는 한 이재민의 말처럼 마비된 공동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했다. 택배회사 직원들은 불에 타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택배터미널 옆 공터에서 배송품을 펼쳐놓고 열심히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해가 진 이후에도 자동차 불빛과 휴대용 손전등에 의지해 통신선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복구업체 직원 류모(39)씨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려면 밤샘 작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빠르게 작업을 이어갔다.

이재민을 위한 구호품과 성금도 전국에서 모이고 있다. 법정 재난·재해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73억 6500만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25억 6300만원)에서만 10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이 모였다. 강원도가 이미 지급한 구호 세트·구호 키트·생필품 등은 12만개에 달한다. 고성 천진초등학교에서 피해 주민들의 ‘산불 트라우마’를 어루만져 주는 박부녀 활동가는 “같이 끌어안고 울고 토닥이며 악몽을 치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성·속초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강릉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4-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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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