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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이전·해체로 마을 공동화… 생업 위기에 살길이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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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2.0’ 강원 5개 접경지역 르포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접경지역 5개 군 상경 국방개혁 궐기대회’에서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국방개혁 2.0으로 인한 피해 보상과 대책 등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경(평화)지역 생존권 말살하는 국방개혁 멈춰라.”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원 5개 접경지역 주민들이 정부 ‘국방개혁 2.0’의 백지화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국방운영체계 선진화와 군 구조 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등을 목표로 프랑스식 국방개혁을 벤치마킹해 시작한 국방개혁이 강원 접경지역의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으로 군부대가 이전·해체되면 강원 접경지역 주둔 장병 2만 5900여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군부대에 의존해 생활해오는 지역 주민들은 대책을 요구하지만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당장 생존이 걱정이다. 제2의 폐광지역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폐광지역처럼 특별법을 만들어 접경지역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8일 강원 접경지역을 찾아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국방개혁 2.0으로 지역 상권이 공동화되는 강원 화천군 사내면 지역이 지난 4일 상경집회와 함께 동맹 휴업에 들어가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가 안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참으며 묵묵히 희생해 온 대가가 군부대 이전·해체로 마을공동화라니 허탈하기만 합니다.” 화천·양구·인제·고성·철원 등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술렁였다. 정부의 국방개혁 2.0이 실현되면 군부대 장병들의 외출, 외박만을 바라보며 형성된 산골 미니 도시들이 공동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당장 올해부터 2022년까지 2사단과 27사단이 순차적으로 해체 수순에 들어간 양구와 화천지역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철원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고성 22사단은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군부대가 해체·이전하면 강원 5개 접경지역에서만 장병 2만 5900여명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15만 7000여명의 주민들과 주둔 장병 10만 5000여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장병들이 떠나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산골마을들이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한 개 군부대 사단을 중심으로 6000여명이 모여 상권이 형성된 산골 미니 도시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주민들은 ‘멘붕’이다. 부사관 가족들과 장병들이 있어 마을을 지탱하며 초등학교 4곳과 중고교까지 있는 어엿한 산속 작은 도시지만 부대 이전으로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섭(60) 사창1리 이장은 “토박이로 누구보다 남북교류시대를 학수고대했는데 당장 군부대 이전으로 군장병들이 줄고 주민들이 떠나가며 삶의 근거지가 송두리째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올 들어 군부대들의 위수지역 폐지와 장병들의 평일 외출, 외박이 가능해지면서 지역 상권만을 걱정했는데 아예 군부대 자체가 이전한다니 희망이 사라졌다”고 고개를 떨궜다.

철원군 동송읍과 서면 와수리지역 주민들도 같은 처지다. 주둔한 2개 사단병력이 1개 사단으로 축소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송읍 주민들은 “1만 6000여명의 주민들이 군부대만 바라보며 생업을 이어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울상이다. 김화읍·근남면·서면의 중심지인 와수리도 6000여명의 주민들이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상권을 형성하며 만들어졌지만 공동화가 우려된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부대가 떠나고 인구가 줄면 자연스레 정부의 지원금인 교부세 등도 줄어들 전망이다”며 “주민들이 마음 놓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양구군 남면 청리와 용하리, 적리에 있던 군부대 이전이 올봄부터 실행되고 있어 주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이곳 군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한 달에 한번씩 입소식과 퇴소식이 있어 면회객들을 맞아 주민들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부대가 이전해 나가면서 중심지인 용하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화천·양구·철원지역에는 부대가 이전하거나 해체되면서 벌써 문을 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곳곳에 점포임대 표지가 붙는 등 지역 황폐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양구 중앙시장과 신철원전통시장, 와수전통시장, 화천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의 중심을 차지했던 곳 역시 최근 부대 해체·이전으로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화천읍 등 접경지 중심도시로 몰려들던 장병들의 수가 크게 줄면서 지역 상권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지역에 뿌리를 두고 생활해오는 주민들의 정주기반이 흔들리기 전에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길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는 고성군도 군부대 이전 등으로 지역경제에 또 한 차례 타격이 예상된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고성군은 11년째 월평균 32억원의 피해를 입고 있고 현대아산과 중소협력업체 등 관련 기업들의 투자 자산과 사업권 손실도 1억 5680억원을 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국방개혁도 접경지 주민들의 생존권을 살피며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원 접경지역의 생활기반이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연일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국방개혁을 하려면 정부에서 지역을 살리는 대책까지 마련해놓고 개혁 실행을 하라”는 주장이다. 지난 8월 상경 집회에 이어 지난 4일에도 5개 접경지역 상가, 숙박·민박, PC방 등 업주와 주민 등 1000여명이 청와대와 국방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졌다. 주민과의 소통 없이 군부대 해체·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을 강력히 규탄하고, 그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접경지역 5개 군 비대위원장과 강원도 접경지역협의회는 청와대 앞에서 정부 국방개혁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군부대 이전 및 해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상생방안과 접경지역 법령 및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국방부 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주민 몰살하는 국방개혁 피해 보상하라’, ‘일방적 국방개혁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담은 피켓과 머리띠를 두르고 접경지역 주민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접경지역 상가마다 일제히 조기를 내걸고 동맹 휴업하며 생존권 투쟁에 함께했다.

주민들은 ▲국방개혁 피해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접경지역 지원단 구성 ▲접경지역 농축산물 군부대 납품 확대 ▲군부대 유휴부지 무상 양여, 접경지역 위수지역 확대 유예, 평일 외출 제도 확대 ▲접경지역 영외PX 폐지 등 현실적인 대안부터 실행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강원도는 많은 부대의 주둔이 지역 경제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으나 급격한 해체와 이동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 특화된 관광지 개발과 도시재생사업, 접경지지원특별법 재정을 통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폐광지역특별법처럼 접경지역을 살리는 특별법 등을 만들어 지역이 회생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접경지역협의회장인 조인묵 양구군수는 “청와대와 국방부를 찾은 접경지 주민들의 목소리는 생존권을 위한 몸부림이다”며 “정부에서는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을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9-12-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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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