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제조업 구인난’ 심화
5년간 30대 이하 구직 15% 하락강원·호남 비수도권 인력난 뚜렷
“지역 특성 맞춤형 정부 정책 필요”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하·폐수 고도처리업체 일신종합환경을 운영하는 양승현(58) 대표는 얼마 전 신입 직원 1명을 채용했다. 새 직원을 찾는 데는 1년이 넘게 걸렸다. 지난해 수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다. 결국 지방대를 일일이 수소문해 1명을 겨우 뽑았다. 양 대표는 “신입사원 업무의 70%가 내근직이고 1년 중 4개월만 현장을 챙기는 등 업무 강도가 높지 않다”면서 “입사 후 자격증 취득도 돕고 있지만 현장직은 무조건 지원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생산·현장직의 구인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대와 30대는 물론 40대에서도 제조업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들 산업이 밀집된 지역의 노동시장 불균형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송상윤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의 ‘BOK이슈노트-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행정통계 워크넷에서 제조 현장직의 구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대비 2023년 3분기에 45.5% 증가했지만 구직은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종의 구인이 36.6%, 구직은 14.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전체 직종에 비해 제조 현장직의 인력 부족과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특히 같은 기간 30대 이하(-15.0%)는 물론 40대(-5.2%)도 제조 현장직에서의 구직이 줄었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기업의 인력수급 현황 설문조사’에서도 제조업체들의 심각한 구인난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이 지난달 9~30일 전국 57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2019년 12.0%에서 올해 15.3%로 증가했다. 직종별로는 생산·현장·특수기능직,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권, 강원권, 호남권 등 비수도권의 인력 부족 현상이 수도권보다 뚜렷했다.
김소라·김성은 기자
2023-12-2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