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밀집 ‘성수역 2번’ 보행 안전엔 서울 ‘1

공사 관계자들 “한밤 파쇄석 500t 운반” 스카이칠십이 “금시초문, 말도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 “사실 확인 땐 법적 조치”

잔디마당·황톳길 품은 힐링 맛집… 송파 장지천 ‘

평균 27.9년… 부처별 최대 13년 11개월차 행복도시건설청 17년 4개월로 가장 빨라 세종시 평균 17.6년… 전남은 28.3년 걸려

강남 “국적·세대 넘어… 함께 손잡고 걷자”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노원구, 경춘철교 전망쉼터 착공…내년 6월 완공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아차산 숲? 이 아줌마한테 물어봐”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아차’하는 순간에 숲과 자연은 망가지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연을 일부러 훼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더라고요.”

지난달 서울시가 처음으로 실시한 아차산 숲 해설가 공개모집에 뽑힌 이숙희(45·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씨는 아차산의 매력에 흠뻑 취한 ‘숲 읽어주는 아줌마’다.


이숙희씨
이숙희씨
그는 현재 매월 1·3주 일요일, 서울시의 ‘숲속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차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아차산에 있는 나무·풀·꽃·곤충 등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전국 이름난 산 안 가본 곳 없어

이씨가 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부터 8년 전쯤이다.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다보니 건강을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우연찮게 선택한 운동이 등산이다. 그래서 처음 올랐던 산이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이라고 한다.

“처음 산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이유없이 산이 좋아지더라고요. 이렇게 숲해설가가 될, 정해진 운명인가봐요.”

그 이후로 이씨는 5년동안 전국에 있는 산이란 산은 다 찾아다녔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다니며 나물도 뜯어오고 꽃이나 작은 나무도 캐왔다. 그런데 산을 다니면서 언제부터인가 궁금한 것들이 하나둘 생기게 됐다고 한다.

“바위 틈에서 자라나는 나무가 신기하기도 했고, 산길을 오르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꽃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참는 제 성격이죠.”

궁금증 풀려고 배우다 보니 어느새 인정 받아

그는 이 때부터 산을 오르며 품게 된 의문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기 위해 노력했다. 꽃이나 나무 이름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식물을 알게 됐고, 식물을 알게 되다 보니 또 다시 곤충을 공부해야 했다.

그 결과가 서울시의 숲해설가 공개모집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씨는 3년전 쯤부터 환경단체인 ‘생명의 숲’이나 ‘환경대안협회’‘양재천 환경지킴이’ 등에서 실시하는 전문교육을 이수했으며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어릴 때 ‘숲’ 알려줘야 커서도 사랑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동안 숲에 대해 얼마나 ‘몹쓸 짓’을 많이 했는지 후회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숲을 사랑하는 법, 숲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죠.”

이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에게 숲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렸을 적 직접 숲에 와서 나무나 풀, 곤충들을 직접 만져가며 들었던 내용은 평생을 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숲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씨는 숲 생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곤충에 가장 관심이 많다. 그가 항상 메고 다니는 ‘맥가이버 가방’에는 각종 곤충들의 표본이 즐비할 정도다. 아이들에게 한 번씩 보여주면 처음엔 징그럽다고 피하다가도 이내 금방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곤충학자 ‘파브르’다.

곤충에 큰 관심… 학자 파브르 가장 존경

“요새는 파브르의 곤충기를 다시 읽고 있어요. 파브르는 평생 곤충에 대해 실험관찰만 했던 위인인데 그 점이 가장 존경스러워요.40대 중반의 아줌마가 파브르를 존경한다니 우습죠(웃음).”

아차산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면서 그는 자연생태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씨는 아차산의 단풍나무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자신이 공부한 문화적 배경을 접목한다.

“조선시대 궁궐의 정원에는 절대 단풍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해요. 단풍의 색깔이 변하는 것이 변절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는 마지막으로 “적어도 아차산을 찾는 사람들만큼은 ‘아차’하는 순간에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할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블로그

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