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9일 2010년도 제16회 법무사 시험 원서접수를 12일까지 마감한 결과, 모두 4135명이 원서를 냈다고 밝혔다.
최근 법무사 시험 응시인원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9년 제5회 시험에서 9229명이 원서를 낸 이후 지원자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정원 120명을 선발하기 시작한 2004년 제10회 시험에서 모두 6588명이 지원한 데 이어 2005년 5602명, 2006년에는 5158명으로 줄었고 2007년엔 4811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4266명만이 지원했다. 경쟁률 역시 10회 시험 54.9대1에서 지난해 35.6대1까지 떨어졌다.
한 고시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지원자 4000명 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면서 “사법시험 수험생들의 유입 효과도 거의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법무사 전망 밝지만은 않아
법무사 시험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법조 유사직역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고시학원계와 수험생들은 법무사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로스쿨 도입에 따른 법조시장의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법무부는 향후 변호사 배출 인원이 크게 늘어 2015년 변호사 2만명, 2020년 3만명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법조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변호사들이 법무사, 세무사 등 다양한 유사 직종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무사 업계는 각 전문자격사 영역을 더욱 특화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에서 개업 중인 한 법무사는 “법조유사직역 통합과정에서 법무사 위치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이를 지켜보는 수험생들이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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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높아 사시생 유입 줄어
난도가 만만치 않아 공무원 시험, 사법시험 등 다른 분야 수험생들의 유입이 줄어든 것도 법무사 시험 인기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시를 준비하다 벽에 부딪혀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수험생들이 법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유사 시험인 법무사로 방향을 선회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백모(29)씨는 “사시와 난이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사시생들이 시험을 쳐도 이른 시일 내에 붙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 조문 위주 출제경향에서 벗어나 판례 위주로 출제되다 보니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목 수도 13개로 사시(9과목)보다 많아 까다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재권 합격의 법학원 상담실장은 “학원가에선 법무사 시험을 준 사시 수준으로 본다.”면서 “빨라야 3년 만에 합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희망의 끈 놓지 말아야
끊임없이 제기되는 ‘법무사 위기론’에 꿋꿋이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사 업계 현실이 그리 밝진 않지만 미래까지 어둡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금융위기 때도 법무사 업계에 불경기 위기론이 파다했지만 오히려 가압류·가처분 사건이 폭증해 잘 헤쳐나오기도 했다.
현직 법무사인 유석주 서울법학원 강사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법률서비스를 요구하는 시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면서 “2006년 인터넷 등기신청제도 전면시행 때도 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 강사는 “시험이 어렵다고 좌절할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는 젊은 법무사들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연 남상헌기자 oscal@seoul.co.kr
2010-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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