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의무 시행 ‘주민참여예산제’ 기대반 우려반
권고수준이던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의무화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8일 공포됐다.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에 주민·전문가를 참여시켜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고 방만한 지출을 줄이자는 취지로 2005년 도입됐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 102개(41.8%)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다.참여방식은 공청회나 간담회, 토론회 등 지자체별로 다양하다. 그러나 자치단체나 의회가 주민들의 개입을 꺼리다 보니 정착이 지지부진했다.
경기도 의회가 2006년 5월 관련 조례안을 도의원 권한 침해라며 부결시킨 게 단적인 예다.
이런 가운데서 전북도, 울산 동구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은 수범사례로 꼽힌다. 관건은 주민들의 관심과 이를 이끌어내려는 지자체의 노력이었다.
●지자체 형식 운영땐 ‘득보다 실’
전북도는 전국 최초로 민·관평가단을 재정사업 평가에 참여시킨 경우다. 지난해 예산감시를 통해 도 사업 21개를 폐지·축소했다.
정보화마을 신규조성사업(10억원), 쓰레기줄이기 인센티브(1억원) 사업 등 4개는 ‘중복성 사업, 효과 한계’로 아예 중단했다. 여기에다 시·군 대표축제 지원 사업축소 등을 통해 지난해 예산요구액 대비 158억원을 절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2010년 이후 4년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는 주민대상 예산설명회 단계부터 구의회가 정보를 적극 제공한다.
거주동과 직업·가구별로 골고루 구성된 주민참여예산 시민위원회는 특별회계까지 꼼꼼히 훑어 예산 우선순위를 정한다. 오는 7월 중 각 동을 돌면서 주민 요구사항을 듣고 9~10월 예산편성에 앞서 사업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예산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주민 교육 통한 참여유도 중요
동구 관계자는 “구가 운영하는 예산학교를 수료해야만 시민위원이 될 수 있고 위원들도 자체적으로 연구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부한다.”고 소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위원장인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의무화돼도 관심 없는 지자체는 형식적으로 일관하거나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 교수는 “특정 이익단체, 시민그룹이 사전정보나 이권을 갖고 예산편성에 개입하면 지방자치가 예산 따기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지방의원들이 정부의 주민참여예산 조례 표준안을 구체화시켜 주민들이 실제로 예산을 감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단체 이권개입 차단도 관건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주민 홍보가 병행돼야 하는 만큼 지자체장·지방의회의 의지가 먼저”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상반기 안에 전 지자체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하도록 독려하고 올해 말까지 우수사례를 발굴해 전파할 계획이다.
조봉업 행안부 재정정책과장은 “당장 내년도 예산편성부터 주민참여를 유도해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1-03-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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