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씨 100그릇분 매월 기탁 광진푸드마켓 이용자들에 제공
“하찮은 것을 놓치면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어. 늘 작은 일부터 정성을 다해야 큰 일도 이룰 수 있는 게지.”김진호(73) 할아버지가 순두부를 만들면서 자식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를 풀어놓으며 8일 이같이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11일 광진구 화양동주민센터에 있는 광진푸드마켓으로 정성껏 담은 순두부 두 상자를 기탁한다.
어렵게 살아 본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 심정을 알듯, 나이를 먹으면서 어떻게 하면 힘든 이웃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마음을 먹었다. 순두부를 받은 이동푸드마켓(구의2동, 중곡4동)에선 저소득 노인들에게 이를 제공한다. 100그릇 분량으로, 20만원 상당이다.
아차산 등산객들을 상대로 순두부 장사를 하는 김 할아버지는 봄가을을 빼곤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도 “힘들 때 도와야 하는 것이여.”라며 30년 동안 오롯이 순두부를 만들어 온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충남 논산이 고향이여. 농사꾼으로 살다가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니 먹고살아가는 게 막막했어. 1979년 순두부 한 그릇에 300원으로 시작했으니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었구먼.”이라며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어떤 콩이 좋은지 보면 알아. 콩 고르는 법, 담그는 법, 갈고 끓이는 법까지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순두부 맛이 금세 달라지기 때문에 한눈 팔기 힘들지.”라고 노하우를 전했다. 그러면서 “힘 닿을 때까지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계효례(80·구의2동) 할머니는 “아차산 할아버지 순두부집 두부는 어찌나 담백하고 고소한지 모른다.”며 “이 맛을 잊지 못해 아차산을 일부러 찾는 등산객도 있는데, 광진푸드마켓에서 쉽게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7년 3월 문을 연 광진푸드마켓은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들이 회원카드로 매월 1회 5개 안팎의 물품(2만원 상당)을 구입하는 식품나눔 공간이다. 올해 600여명이 이용했으며 지난해에는 1억 2000만원 상당의 후원을 받았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1-08-09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