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생활 털고 사회적기업 ‘청소세상’ 만든 유상희씨
“현실은 달라진 게 없지만 어제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내일은 또 달라져 있겠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노숙자 생활을 하다 사회적 기업인 ‘청소세상’을 만든 유상희(53)씨는 15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곧 전셋집을 마련해 쪽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청소세상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에서 두 번째 만든 자활공동체로 최근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유씨의 삶을 변화시킨 계기는 ‘인문학’이었다. 1998년 경제위기 때 실직한 뒤 노숙생활과 남대문 쪽방에서 지내다 2009년 구에서 개설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곱씹게 됐습니다. 역사가 이렇게 재밌는 과목인 줄 몰랐고, TV에서만 보던 연극과 영화를 직접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됐죠. 삶에 대한 희망도 보였습니다.”
인문학에 눈을 뜬 그는 틈만 나면 인근 남산 도서관에 가 강사들이 추천한 책을 읽었다. 2008년부터 지역자활센터 청소사업단 ‘하얀나라’에서 3년간 청소기술과 영업 마인드를 습득하는 등 노력한 끝에 지난해 말 동료들과 함께 독립해 청소세상을 창업했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많이 부족했지만 일단 해 보자는 생각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서울시에서 7500만원의 대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부지런히 뛰며 새로운 기술도 익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를 심겠다.”며 또 웃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