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첫 시간제 근로자 근무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주눅들게 했다. 길이 보이지 않았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최근 우연히 영등포구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서울시 최초로 마련한 ‘발달장애인 고용 창출 프로젝트’를 접했다. 곧바로 구청 휴게소 카페 관리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황씨는 “지난해부터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하고 나서 단 한번도 연락을 못 받았다.”면서 “이제 일자리를 얻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황씨처럼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겪고 있는 19~24세 발달장애인 5명을 서울시 최초로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고 5일 밝혔다.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장애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국가·공공기관·민간 등 의무고용 사업체에 채용된 11만 5310명 가운데 발달장애인은 5181명(4.5%)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채용인원은 202명에 불과하다.
내년 1월부터 정식 근무를 시작하는 발달장애인들은 구청 총무과와 민원여권과, 복지정책과, 푸른도시과, 사회복지과 등 5개 부서에서 일할 예정이다. 자료실 도서 정리, 나눔가게 판매 도우미, 사무보조, 공원 관리, 직원 휴게소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실무 훈련 기간 동안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잡(job) 코치를 파견해 적응을 돕는다. 이들은 하루 6시간씩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 76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교통비와 급식비, 퇴직금은 별도로 지급하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조길형 구청장은 “앞으로 주민 모두가 함께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영등포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2-11-06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