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인사 비수기’ 깨고 힘센 부처 몸집불리기
대선을 앞둔 이맘때는 관가의 극심한 ‘비수기’다. 새로 벌일 일이 드물어 인사 이동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른바 ‘힘센 부처’들은 사정이 다르다. 나라 곳간을 틀어쥔 기획재정부, 인사·조직권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 사정기관인 경찰청 등은 없던 고위직을 신설하는 등 ‘이상한’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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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가나 관리 등의 협동조합 관련 실무가 이미 지방자치단체와 각 부처로 이관된 상태여서 굳이 ‘국’ 단위 조직 신설이 필요하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설사 하는 일이 다르다고 해도 일선 지자체들이 ‘부처 위 부처’인 재정부와 업무 협조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시행령조차 나오지 않아 지자체에서는 관련 업무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었다.”면서 “재정부가 자신들의 세(勢)를 키우는 데는 무척 재빠른 것 같다.”며 냉소했다. 남봉현 재정부 협동조합준비단장은 “협동조합은 여러 부처가 연관돼 있는 데다 영역도 매우 다양해 재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한시 조직이지만 이미 준비단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늘어나는 인원은 실무자 6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세종시로 옮겨 가도 부처 수는 그대로인데 청사관리 인력을 왜 이렇게 많이 늘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문했다. 이어 “다른 부처 증원 요청에는 인색한 행안부가 고위직을 신설하는 등 자기 조직을 늘리는 데는 인심이 후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조직실 관계자는 “방호원 31명은 폐쇄회로(CC) TV 관리와 순찰 등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라면서 “광범위한 세종청사를 관리하려면 335명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과 해경은 치안 강화를 이유로 고위직만 늘려 빈축을 샀다. 해경은 경남 창원해양경찰서를 신설하면서 총경(경찰서장) 1명, 경정(경찰서 과장) 6명, 5급 1명 등 8명을 늘렸다. 대신 순경 8명을 감원했다. 현장에서 뛰는 인력은 줄이고 사무실 간부들만 늘린 셈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경기수원남경찰서 등 5곳의 서장 직급을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올렸다. 지역 치안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고위직 나눠 먹기’란 눈총을 받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2-12-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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