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년만에 4급 女서기관 3배↑
국민권익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2008년 2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가 통합돼 현 정부와 나란히 문을 열었다. 어느덧 출범 6년째인 지금 권익위는 ‘여성 파워’에 관한 한 어느 부처 못지않게 할 말이 많은 곳이 됐다.무엇보다 여성 최초의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위원장이 거쳐 갔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 근년 들어 여성 인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 업무의 중추 역할을 하는 4급 서기관의 경우 그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 서기관은 모두 11명. 아직 여성 국장은 배출되지 않았다. 남녀 통틀어 부처 내 4급 이상 인력이 101명으로 여성 비율이 10.9%다. 타 부처에 비하면 많은 수가 아니지만 2008년 출범 때 4명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이에 내부에서는 “조직에서 여성의 능력이 신뢰받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출장이 잦고 현장점검이 많은 권익위의 업무 자체가 여성 공무원들에게 환심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여성인력 불모지의 태생적 한계도 컸다. 한 국장은 “통합되기 전 3개의 위원회로 쪼개져 있을 때부터 각각의 업무들은 모두 여성 공무원들이 전통적으로 기피해 온 것들이었다”면서 “출범 이후 주요 부서에 배치된 여성인력들이 기대 이상의 업무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앞으로의 약진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11명의 여성 서기관 가운데 보직을 꿰찬 이는 2명이다. 민성심(과장) 감사담당관은 행시 기수(41회)로도 맏언니로서 최고 선두주자다. 한 내부 인사는 “지난해 직제개편 때 법무감사담당관실에서 감사 부서를 따로 떼어 내면서 이견 없이 감사담당관 적임자로 꼽혔다”고 귀띔했다. 조직 위아래를 두루 잘 아우르는 원만한 인간관계가 특장이기도 한 그는 미혼의 ‘열혈일꾼’으로 통한다.
청렴총괄과의 정재일 서기관은 기획력이 탁월한 일꾼으로 꼽힌다. 부처들을 상대로 청렴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녹록잖은 업무를 매끄럽게 수행하는 데다 최근 역점사업인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 작업에 손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행시 출신의 독주는 권익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7급 특채로 입직한 황인선 서기관은 기획력이 탄탄한 우수인력으로 비고시 출신의 자존심을 대변한다. “남자들도 힘든 부패실태 조사에 능통할 만큼 업무 스케일이 크다”는 평을 듣는다.
여성 서기관급에 사시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권익위 조직의 특징. 고충처리 및 부패방지 업무 과정에서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박혜경 서기관은 변호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법리해석이 아닌 제도개선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2013-01-3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