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역차별’ 우려 속 실효성 의문
국가기록원에서 근무하다 2012년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최모(51)씨는 31일 “바깥에서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눈길이 따가운 게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경우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 정착에 어려움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재취업자는 “관피아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재도 있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에서 22년 만에 민간기관으로 일터를 바꾼 박모(54)씨는 “예산, 조직운용, 문서작성 등 잘 배운 공직사회 업무체계를 자율적인 민간 영역과 버무려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유능한 민간자원을 받아들여 부처 칸막이와 울타리를 걷어내고 자율성, 창의성을 한껏 살려야 하는데 배타적인 분위기 탓에 잘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방지법) 시행으로 이 같은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곁들였다.
특히 공직 일선 현장에서는 퇴직 공무원이 오래도록 쌓은 경험과 역량을 썩히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직원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해 왔는데 관피아방지법에 묶여 퇴직 후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많이 답답하다”며 “적어도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인데 금융당국 출신이라고 무조건 관피아로 싸잡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정피아’(정계+마피아)나 ‘학피아’(학계+마피아), 정치권 캠프 출신이 민간 분야로 진출해 잇속을 챙기는 등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취업 진로를 좁히는 법이 시행되는 데 따른 퇴직자 감소로 공직사회 내부에 민간자원을 유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또 다른 ‘악화’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기업체 재취업자는 “당장 취업 제한으로 부패와의 유착을 막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거꾸로 해당 업무에 대해 잘 아는 인력의 활용을 공직자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서로 배치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기관을 1만 5000여곳으로 늘린 데 대해서도 “모두 하겠다는 선언이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04-0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