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에 출퇴근만 하루 5시간씩 쏟아붓지만 업무시간 집중도는 더 높아요”
“좀 피곤하지만 행정자치부 직원인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것보단 훨씬 낫죠. 장기적으로는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리고 특히 업무에 집중력을 발휘하게 됩니다.”인사혁신처 인재정보담당관실에서 일하는 배선민(31) 주무관은 1일 이렇게 말하며 새삼 각오를 다졌다. 지난 4월 초 부처 이전과 함께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한 지 약 두 달이 지났다.
결혼 5개월째인 배 주무관은 “출퇴근에 하루 5시간쯤 쏟아붓고 새벽 4시 40분에 기상하는 등 불편도 겪고 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 초기에 내려간 동기생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며 웃었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실 직원들은 2012년 한창 건설 와중이라 앙상한 철골구조물 더미 속에서, 그것도 12월부터 한겨울을 견뎌야 했지만 이젠 웬만큼 도시 면모를 갖춘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 집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인 통근버스 정류장에서 오전 6시 20분 세종시로 출발한다. 배 주무관은 “워낙 시간에 쫓기다 보니 주말이면 일주일치 먹을거리를 모두 준비한다”며 “늦게 귀가하면 남편과 냉장고에 얼려 놓았던 음식을 꺼내 먹으며 도란도란 모자라는 대화를 한다”고 귀띔했다. 세종시로 내려간 덕분에 좋아진 점도 빼놓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공무원이다 보니 서울청사에서 좀체 만나지 못하던 다른 부처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됐다고 한다.
배 주무관은 “비로소 공무원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며 또 웃었다. 이어 “오후 6시 30분 서울로 올라가는 통근버스에 맞추려면 그날그날 업무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끼리 ‘쉬지 않고, 말도 없이 일한다’는 말을 서로 많이 주고받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흔하던 회식도 지금껏 아예 없다. 배 주무관은 “저녁 시간을 할애하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오간다”고 되뇌었다. 다만, 인사처 볼링동호회 총무로서 매월 둘째·넷째 목요일엔 저녁 모임을 주선해야 하기 때문에 KTX를 탄다. 다음날엔 주로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본다. 금요일엔 세종시에 거처를 마련한 공무원들이 대거 상경하는 데다 교통정체 때문에 30분 일찍 출근해 30분 일찍 퇴근하는 시간선택제를 자주 활용한다.
배 주무관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서울과 달리 아이를 키우는 덴 좋은 여건인 것 같다”며 “길게는 육아를 위해 이사도 고려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배 주무관은 “좌석 사이 간격이 비좁은 통근버스에 장시간 앉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승차하자마자 일제히 목베개를 꺼내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좀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2016-06-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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