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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러진 거울 속에서
처마 밑 시래기 걸던
추억을 떠올리는지
팔촌 먼 친척이 중매 놓던
그날도 함지박 가득 무채나 썰고 있었답니다
투박한 얼굴 화장을 끝내고
다 늘어진 발목스타킹을
새것 마냥 신어보다가
토란대같이 간질간질거리는
재미난 생각이 났는지
그때는 숟가락이 놓여진 순서대로 시집갔다는 말에
온 가족이 귀가 멍멍해지도록
배를 잡고 웃습니다
큰 이모가 빼어나게 예뻐서
이 마을 저 마을 총각들이
담장 아래 텃밭농사 망치던
그 꼴 보기 싫어서라도
나도 빨리 시집가야지 했다던
조금만 움직여도 달아나는
작은 화장 거울 앞
나는 낄낄 넘어가다가
옷장 속 신문지에 싸둔
몽글몽글 나프탈렌처럼
어머니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김훈희 조달청 쇼핑몰단가계약과 주무관
진해군항제 시부문 백일장 차상,
동인지(등단문) 활동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금상
2017-05-29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