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월이 곱게 내려앉은 얼굴로
할머니는 신문지 좌판 위에
봄나물 한 줌씩 쥐어놓고
손님을 마냥 기다린다
오가는 이 없는 한낮
봄볕에 할머니와 민들레꽃은
미동 없이 묵도 중,
무료한 듯 신문지가
심술궂은 바람에 펄럭거리자
잠시 휘청거린 나물이
민들레꽃을 덮친다
놀란 할머니는 손님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멋쩍은 듯
민들레꽃에게 눈길을 보낸다.
생의 간증이 이는지 패트병 물
한 모금 마시는 할머니,
민들레꽃에게 한 모금 적시자
해바라기처럼 노란 미소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환한 빛의 출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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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선 前 광주광역시 공무원교육원 서기관 |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입선 수상작
2017-10-30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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