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근거를 토대로 판단을 내린다. 직관적 판단조차도 직관된 내용이라는 판단의 근거를 갖는다. 특히 논리적인 판단은 논거를 통해서 적절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하므로 근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토대라 할 수 있다.
●예시 유형
판단의 합리성은 근거를 통해 타당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타당하게 결론을 내림’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유형 파악에 도움이 된다. 타당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1. 제시된 상황에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혹은 결과로부터 원인을 바르게 추리함을 말한다.
2. 논증의 과정과 절차가 타당하고, 논증의 설득력이 충분한지를 판단함을 말한다.
●해법
1. 상황을 분석하여 인과관계 혹은 전제-결론의 관계를 파악한다. 이 경우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원인 혹은 전제를 결과 혹은 결론으로부터 추리하는 것인지, 결과 혹은 결론을 원인 혹은 전제로부터 추리하는 것인지를 먼저 판단한다.
2. 논증의 과정과 절차가 적절하지 않거나 논증의 결과가 설득력이 부족한 경우를 상황으로 제시하고 무엇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는지를 따지는 문제의 경우, 역으로 적절한 논증의 과정과 절차, 설득력 있는 논증의 요건으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추적한다.
●문제
다음의 (가)는 ‘제논의 역설’로 잘 알려진 역설들 중에서 이른바 ‘경주의 역설’을 설명한 것이고,(나)는 ‘경주의 역설’에 대한 현대의 수학적 해결을 보여 준다.(가)와 (나)로 미루어 볼 때, 고대인들이 ‘경주의 역설’에 대한 해법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로 적절한 것은?
(가)‘경주의 역설’은 흔히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아킬레스는 초당 10m를 달리고 거북이는 초당 1m를 달린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거북이가 아킬레스 전방 100m에서 경주를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제논은 이 경우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하지 못한다고 설명하였다. 왜냐하면, 아킬레스가 100m를 달리면 거북이는 10m를 앞설 것이고, 다시 아킬레스가 10m를 가면 거북이는 1m를 앞설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반복을 무수히 하더라도 결국 아킬레스는 거북이에 가까이 갈 수는 있을지언정 추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제논의 설명이다.
(나)‘경주의 역설’에 대한 현대 수학의 해법은 오늘날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지식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무한등비수열이다. 무한등비수열의 합은 수렴하든지 발산하든지 둘 중의 하나인데,‘경주의 역설’의 경우에는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줄어드는 간격을 통과하는 시간이 무한등비수열을 이루고 합은 수렴한다. 아킬레스가 초당 100m, 거북이가 초당 10m를 달리고 거북이가 100m 앞에서 출발할 경우, 이 무한등비수열은 초항이 10이고 공비가 0.1인 셈이다.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초항/1-공비=10/1-0.1=100/9가 된다. 결국 아킬레스는 12초가 지나기 전에 거북이를 추월한다.
(1)아무리 작은 것(수)이라도 무한히 더하면 결국에는 무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2)아무리 속도의 차이가 날지라도 간격이 좁혀지는 경우를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에
(3)아무리 큰 것(수)이라도 무한히 나누면 결국에는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4)아무리 빠른 속도라 할지라도 시간의 진행을 무한히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5)아무리 느린 속도라 할지라도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면 무한히 멀리까지 이동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해설
‘경주의 역설’은 오늘날의 미적분 수학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제논의 경우는 이 개념이 없이 무한히 좁혀지는 간격만을 상정하였기에 이른바 ‘경주의 역설’이 성립한다.(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간격이 지속적으로 좁혀지기는 하되,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아무리 운동이 지속되어도) 추월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1+0.1+0.01+0.001…… 등으로 점점 작아지는 수가 더해지더라도 무한히 더하기만 하면 무한대에 다다른다는 생각에 맞물려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나)의 개념으로 보면 점점 작아지는 무한등비수열은 결국 수렴하게 되어 무한히 반복되어도 무한대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 시점에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1).
●출제:유호종(서울대 철학박사)
2005-10-6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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