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은 그동안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재정합의제도를 내실화하기 위해 재정합의부 4개를 신설,형사 단독판사가 맡은 사건을 단독판사 3∼4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게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사건 배당권을 행사하는 형사수석부장판사는 배당에 앞서 1심 단독사건 중 사회적 영향이 큰 중요 사건을 재정결정에 회부,합의부가 심판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초래한 주요 1심 판결들을 공교롭게도 형사 단독판사들이 선고,사법부 안팎에서 논란이 일면서 ‘법조 경력이 많은 법관들이 단독판사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앙지법은 또 형사 단독판사로 부장판사 6명을 포함해 모두 임관 9년차(연수원 31기) 이상의 법관들을 배치했다.형사 단독 재판부는 판사 1명이 형사재판을 맡는 것으로,통상 경력 5∼15년차 정도의 법관이 배치된다.
이들 중에서도 즉결과 약식,영장,정식재판 담당을 제외한 일반 형사사건의 단독판사들은 연수원 20∼29기로 임관 11∼20년차여서 단독판사 중에서도 고참급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낳았던 이른바 ‘튀는 판결’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임관 11년차인 재경지법의 한 형사 단독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이 전국 최대 법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무분담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가용 인력을 동원해 형사 단독판사로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무분담 시도는 전국 법원에서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하며 사법행정 실무를 총괄했던 신임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의 ‘법원 개혁’ 의지도 작용했다는 게 법원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이 법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최근 몇몇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가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며 “부당한 비난이나 압력에는 흔들리지 않겠지만,부당한 비난이라도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면 남의 무지와 몰이해만을 탓하지 말고 이유를 생각해 우리의 고칠 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지방법원은 서울중앙지법과 법관 수가 크게 차이가 나 이번처럼 고참 판사들을 대거 형사 단독판사로 전진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관 수 200여명인 수원지법과 120∼170여명 안팎인 대구·부산·인천·광주·대전지법 등 비교적 큰 지법은 일정 수준까지는 가능하지만,그 밖의 군소 지법·지원에서는 이 같은 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를 향한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형사 단독재판의 신뢰도를 높이면서도 효율적인 재판을 달성하기 위한 실험적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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