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시각장애인용 홈 파는 다목적 저소음 소형 그루빙 개발
“횡단보도에 장애인 점자블록이 없어 시각 장애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에 노출돼 있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그루빙 기법을 적용해 봤는데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강북구가 자체 개발한 다목적 그루빙 기계가 지난달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0년 상반기 자치구 창의행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기계를 개발한 주인공은 국중진(50) 도로과 팀장과 강우영·임한권(이상 43) 주임이다.
그동안 횡단보도 앞 인도엔 장애인들을 위한 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정작 횡단보도에는 유도시설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해 왔다.
이들이 개발한 다목적 소형 그루빙 기계는 횡단보도 중앙을 따라 폭 3~4㎝, 깊이 0.5㎝로 시공되며 시각 장애인들은 지팡이와 발바닥으로 홈을 인식,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또한 홈의 폭과 깊이 조절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며 소음도 기존 장비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루빙은 공항·도로 등의 포장면에 입체적인 홈을 만들어 타이어 패턴과 같은 효과를 내는 미끄럼 방지용 공법으로 스쿨존, 도로의 급격한 곡선구간, 도로 경사지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기계는 크기(2×1.5m)가 지게차만큼 크고 소음도 심해 설치에 제약이 많았다. 제작비 역시 1억 2000만원의 고가에다 1회임대료만 300만원에 달한다. 국 팀장은 “기존 기계는 뒷골목이나 이면도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는데 다목적 소형 그루빙 기계는 아주 작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이 기계는 기존 제품에 비해 8분의1 크기(1×0.4m)에 제작비도 7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간선도로뿐 아니라 좁은 뒷골목과 도로 가장자리에도 그루빙 시공이 가능해 미끄럼 방지, 빗물 유도 시설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구는 시각장애인들의 안전 보행을 위해 인수봉길, 미아재정비촉진지구 등 간선도로 횡단보도에 그루빙 유도시설을 설치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0-07-07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