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18일 지자체가 한도를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하려 할 때 승인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채는 특정 목적 사업을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행안부가 총액 한도를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미리 정해준다.
하지만 지자체는 느슨한 심사 기준 덕택에 사업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평균 한도의 200%선까지 넉넉하게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빨간불 켜진 지방채
작년 지자체의 지방채 잔액은 25조5천531억원으로 2008년 19조486억원에 비해 무려 6조5천여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방채 잔액은 2006년 17조4천351억원에서 2007년 18조2천76억원, 2008년 19조48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 폭이 5%를 넘기지 않았는데 작년에는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려 무려 34.1%나 급증했다.
작년에 유독 지방채 잔액이 대폭 늘어난 것은 정부가 심각한 경기불황을 타개하고자 지자체가 한도를 넘겨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하고 사후승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은 3조963억원으로 2008년 1조5천544억원에서 99.1% 증가했고 전남은 7천228억원에서 1조2천262억원으로 69.6%, 충남은 8천154억원에서 1조2천644억원으로 55.0% 늘어났다. 광주광역시만 8천236억원에서 8천98억원으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방채 잔액이 줄었다.
특히 단기채인 1∼4년채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지자체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작년 말 남은 채권을 상환기간별로 봤을 때 1∼4년채는 3조3천279억원(13.0%), 5∼9년채는 5조4천396억원(21.3%), 10∼15년채는 16조1천977억원(63.4%), 16년 이상 장기채는 5천879억원(2.3%)이다.
단기채 비율은 2006년 0.9%(1천583억원), 2007년 1.5%(2천727억원), 2008년 2.5%(4천730억원)에서 작년에는 13%대로 치솟았다.
작년 발행된 지방채는 8조5천338억원이지만 상환된 지방채는 2조2천62억원에 불과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경기 부양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였고 지방재정 조기 집행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예산에 잡혀 있는 공사는 지방채 사업으로 돌리고 그 돈을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쓰도록 하면서 지방채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화청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자체의 무리한 청사건립도 부채 증가와 무관치 않다.
사업별 지방채 발행 현황을 보면 ‘공공청사 정비’는 2006년 4천6억원에서 2007년 4천658억원, 2008년 5천29억원, 작년 5천58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에 주력
이에 따라 행안부는 지방채 발행 요건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지방 재정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한도를 넘겨 지방채를 발행하려 할 때는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수익성까지 따지기로 한 것이다.
작년 한해는 예외적이기는 했지만 지방채 한도 초과 발행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조치는 지방채 발행에 강력한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행안부는 지방채 발행 한도를 산출할 때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채무상환비율까지 고려하도록 지방채 발행 수립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행안부는 매년 시행하는 지자체 재정분석 결과를 지자체 보통교부세 산정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원래 교부세를 산정할 때 지자체의 재무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을 평가하지만 재정분석 결과가 반영되면 지자체 재정 건전성이 더 강조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이밖에 지자체 재정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위기를 예측하는 ‘지방재정 사전위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정분석 결과를 행안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 지자체 간 비교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연합뉴스